"62세 이상은 등록할 수 없습니다."


얼마 전 거주 중인 중국 베이징 아파트 단지 내 수영장을 찾았다가 의아한 일을 겪었다. 평소 수영을 즐기는 모친을 위해 회원 등록을 하려 했다가 거절당한 것. 1958년생이라 적힌 여권을 건네주며 등록을 부탁하자, 직원은 상사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오더니, 나이 제한이 있어 62세 이상은 등록할 수 없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규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외에는 설명할 것이 없는 눈치였다.

중국 베이징의 한 공원에서 단체로 춤을 추며 신체를 단련하는 광장무 무리.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중국 베이징의 한 공원에서 단체로 춤을 추며 신체를 단련하는 광장무 무리.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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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도보권에 있는 다른 수영장을 찾았다.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어떤 이유에서냐 물었더니, '안전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높고, 시설 내에 안전요원이 충분하지 않다'며 양해를 구해왔다. 한국에서는 겪어본 적 없는 일이다. 일부 수영장이나 워터파크가 연령에 대한 제한을 두긴 하지만, 상한선이 아닌 하한선이다. 너무 어리거나 키가 작으면 입장하지 못하는 식이다. 낙하하는 류의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물놀이 시설의 경우 노약자나 어린이의 출입을 막기도 한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수영은 노인에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운동이다. 부력 덕에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적어 오래 운동할 수 있고, 더불어 근력을 키우는 데도 좋다. 물론 심장 질환을 비롯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예외다. 하지만 모친은 문제가 될 만한 질환이 없고, 심지어 가족 중 수영에 가장 능하다. 50m 트랙을 쉬지 않고 5회 이상 왕복할 수 있으며, 버터플라이 영법을 구사한다. 물속에서 물구나무서는 것으로 피로를 풀기도 한다. 고령 회원 거부의 이유를 두고 '혹시 모를 사고'라는 가능성의 영역으로 들어가자면, 노인들은 그 어느 곳도 입장할 수 없게 된다. 중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사회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억97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9%를 차지한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노인 인구만 465만명이다.

한 노인이 중국 톈진 하이어 강에서 다이빙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웨이보)

한 노인이 중국 톈진 하이어 강에서 다이빙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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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이 문제는 중국 내에서도 몇 년간 논란이 돼 왔던 이슈였다. 베이징 거주지 인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은 수영장이 60세, 65세, 70세 등을 기준으로 노인회원을 받지 않았다. 60세로 제한된 수영장에서 59세 노인이 회원권 갱신을 거부당한 일은 기사화 된 적도 있다. 창장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응한 변호사 인첸량은 "일부 수영장이 신체적 질병이나 수용역량의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로 고객의 나이를 제한하는 것은, 공정 소비의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는 차별"이라면서 "합법적 채널을 통해 소비자 권리와 이익 보호를 위한 고소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 매체는 노인 전용 수영장이 있으니, 그런 곳을 알아보라는 안내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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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1년여간 생활하면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풍경이 있다. 깨끗하게 관리된 넓은 공원에서 노년의 여성들이 줄지어 춤을 추며 신체를 단련하는 광장무와, 그들을 관대하게 바라보는 관중의 시선이다. 집 근처에 조성된 천변에 풍덩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는 노인들의 모습도 생기가 넘쳐 보기 좋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노인들이 공간을 당당하게 차지하는 분위기는, 종로구 탑골공원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하지만 수영장 등록을 거부당하면서, 저들의 광장무와 천변 수영이 어쩌면 차선이었을 수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닿았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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