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늘어난 의대정원, 적재적소 원칙부터 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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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정부가 2025년 대학입시부터 반영될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부터 18년째 연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500명 넘게 증원하는 안이 유력하다. 그간 정부는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해법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는 카드를 제시해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빅5 병원조차도 흉부외과 등 기피과 의료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 광역시가 아닌 지방 종합병원이 3억~4억원 수준의 연봉을 제공하겠다는 의사 구인 공고를 여러 차례 올려도 미달이 속출한다. 응급실 배후 인력이 없어 긴급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표류하다 숨지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현상은 다가온 현실이다.

의료계는 "의료 공백 문제는 정책의 실패 때문이지 의사 수가 부족해서 생긴 건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부치면 강경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지난 2020년 문재인정부에서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릴 계획을 발표하자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의료계의 이런 주장과 행동은 국민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국민 의료현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과반은 의대 정원을 300~1000명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중 가장 많은 증원 수인 1000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24.0%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의료 수요도 폭증한다. 의대 정원을 늘려 부족한 의사 수를 채워야 한다는 논리는 당연하다. 당장 내년부터 1000명씩 파격적으로 늘려도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부족할 것이란 복지부 내부 자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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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의대 정원이 늘어나도 필요한 곳으로 의사가 가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만 커진다. 대학병원에서 십수년간 환자를 봤던 기피과 전문의들도 필러, 보톡스, 피부 레이저 등 미용 시술을 하는 개원가로 나가는 판국이다. 의료공백과 기피현상이 벌어지는 산부인과나 소아과, 외과계열로 이들을 유도하고 의대정원 확대의 실질적 효과를 어떻게 낼 것인지 면밀한 방안을 정부가 내놔야 한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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