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보통의 달리기<5>-러너에서 마라토너로
"할 수 있는데 안 한 거야." 어느 달리기 동호회에서 들고나온 응원 간판이 보였다. 힘든 와중에 웃음이 피식 나왔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할 수 있었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여기서 그만둔다면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다. 계속해서 다리를 움직였다. 누구인지도 모를 응원단과 손뼉을 마주치며, 파이팅을 외쳐주는 응원단에게 힘찬 목소리로 화답하며, 주변에 응원단이 없으면 스스로 기합을 넣고, 스스로 박수를 치며 그렇게 달렸다. 그러다 보니 저 멀리 롯데월드타워가 보였고, 나는 잠실 대교 위를 달리고 있었다.
(중략)
다시 주로로 들어와 천근만근인 다리를 움직였다. 이 마라톤의 종착지인 종합운동장 주 경기장을 향해 달려가는 러너들을 봤다. 다들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초반에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타인과 경쟁했을 수많은 사람이, 지금은 오로지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동지애를 느꼈다. 나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달리는 게 아니었다. 나는 홀로 달리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마라톤에 도전하는 모든 이들,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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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대교를 지나 종합운동장이 보였다. 남은 거리는 고작 2㎞. 평소 같으면 눈을 감고도 뛸 수 있는 거리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긴 2㎞였다. 폼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다리는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졌다. 걷기 대회인지, 달리기 대회인지 헷갈릴 정도로 걷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걸을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천천히 달리는 걸 택했다. 잠깐 멈춰서 다리를 풀까 고민했지만, 이제는 멈출 힘도 없었다. 이 상태로 끝까지 가기로 했다. 한 발짝을 떼는 게 힘겨웠지만, 끝까지 멈추지 않기로 했다.
-강주원, <보통의 달리기>, 비로소,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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