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운명을 가를 영장실질심사가 26일 진행된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증거인멸 염려'에 대한 영장전담 판사의 판단에 따라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영장이 기각됐을 때 검찰은 강한 역풍을 맞겠지만, 구속영장이 한번 기각됐다고 수사 동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닌 만큼 상대적으로 이 대표보다는 부담이 적은 게 사실이다. 영장이 기각돼도 보완 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하는 플랜B가 있다.

반면 이 대표 입장에선 이번에 구속되면 사실상 정치생명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영장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온다면 더 이상 '윤석열 정부 검찰의 야당 탄압'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가 어려워진다.


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영장이 발부돼도 이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며 '옥중 공천'을 할 것이라고 하지만, 개인 비리 때문에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당이 온전히 껴안고 총선을 치른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식 16일 차를 맞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 복도에서 지원 농성을 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단식 16일 차를 맞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 복도에서 지원 농성을 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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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뒷받침할 증거·증거인멸 염려에 달려

이날 영장심사 경험이 많은 한 부장판사는 "구속사유로 법에 정해져 있는 건 어쨌든 주거 불명, 증거인멸의 염려, 도망의 염려,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라며 "보통 범죄가 중대하면 중형이 예상되니까 과거에는 영장 구속사유 하단에 별도의 란이 있어서 도망의 염려 밑에 '중한 형이 예상됨'이라고 기재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검찰이 얼마나 이 대표의 혐의를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소명했는지와 증거인멸의 염려에 대한 판사의 판단에 따라 구속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형사소송법 제70조(구속의 사유)는 1항에서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과 더불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를 구속사유로 들면서, 2항에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를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열거하고 있다.


검찰은 범죄가 중대하면 당연히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어 구속 필요성도 크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은 법이 범죄의 중대성을 구속사유를 판단할 때 고려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만큼, 죄가 중하더라도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거나, 이미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경우 원칙대로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야 된다는 시각이 강하다.


일정한 주거를 가진 이 대표가 도주할 염려는 거의 없다고 볼 때 결국 '혐의 소명'과 '증거인멸의 염려', 그 중에서도 '증거인멸의 염려'를 영장전담 판사가 어떻게 볼 것인지에 이 대표의 구속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檢, 과거 위증교사·증거인멸 전력·정황 강조할 듯… 이 대표 육성 녹음파일 결정적 증거되나

이날 오전부터 진행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검찰은 이 대표가 과거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려 했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위증을 교사한 전력을 강조하며 재판부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이 법원에 접수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나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에는 이 같은 점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8년 자신의 형사재판 과정에서 위증을 교사한 점 ▲백현동 사건과 관련 '국토부 협박으로 용도지역 변경을 허가해 줄 수밖에 없었다'는 등 허위 사실관계를 주장하면서 사건 관련자들에게 말을 맞추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소된 뒤에는 직접 공무원들에게 이 같은 진술을 회유하거나 압박했던 점 ▲백현동 사업 브로커로 활동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 대해 언론에 '2010년 이후 관계가 단절됐다'고 허위 주장을 했는데, 수사 초기 같은 주장을 하던 김인섭이 검찰로부터 객관적 자료를 제시받고 이 대표와의 친분관계에 관한 사실을 실토한 점 ▲대북송금 사건에서 민주당 관계자들에 의해 경기도 내부 공문, 증인신문 녹취록 등 관련 수사와 재판기록이 유출되고, 재판의 증언을 SNS에 게시해서 다른 증인들을 압박하는 등 비상식적인 증거인멸과 조작 시도가 있었던 점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북송금 과정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한 검찰 진술을 번복하게 만든 점 등을 이 대표가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거나 진술을 오염시킬 염려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강조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이 대표의 위증교사 정황의 경우 검찰이 위증을 교사하는 정황이 담긴 이 대표의 육성 녹음파일과 이 대표의 부탁을 받고 재판에 출석해 자신이 모르는 사실에 대해 이 대표가 부탁한 대로 증언을 한 당사자의 검찰 진술이 확보돼 있어 이 대표에게는 가장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본지 3월26일자 [단독]검찰, 이재명 위증교사 의혹 통화 녹음파일 확보, 3월29일자 [단독]이재명 재판 '위증' 사업가 혐의 시인 기사 참조)


이 대표는 2018년 12월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에서 자신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가담 사실을 부인하며 누명을 썼다고 발언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그런데 과거 김병량 성남시장의 수행비서로 근무한 김모씨가 김인섭을 도와 백현동 개발사업의 인허가 알선에 관여하고 있어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인섭을 통해 김씨에게 접근해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에 따르면 검찰은 이 대표가 수 차례에 걸쳐 김씨에게 "그 부분을 좀 기억을 해주면 좀 도움이 될 것 같애", "교감이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면 딱 제일 좋죠",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는 등 집요하게 위증을 종용한 목소리가 담긴 통화녹음파일을 갖고 있고, 이날 영장심사 과정에서 이를 직접 재생하거나 녹취록을 통해 이 지사의 구속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당시 이 대표가 김씨에게 자신의 변론요지서를 직접 텔레그램으로 보내고, 변호사를 통해 증인신문사항 초안을 보낸 메시지 내역과, '현직 도지사의 요구를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위증을 했다'는 취지의 김씨의 자백진술 등 증거도 함께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 대표의 재판에서 위증을 한 이후 이 대표를 '형님'이라 부르면서 문자메시지로 인사청탁 등을 했고, 이 대표는 김씨의 메시지에 모두 답장을 해줬을 뿐만 아니라 김씨의 모친상에 경기도 근조기를 보내기도 했다.


이 대표의 혐의 소명에 대해 검찰은 이 대표를 제외한 공범 또는 관련자들에 대한 법원의 본재판 또는 구속영장 재판에서 이미 사실관계 대부분이 법원 판단으로 확인된 사안이라는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백현동 사건에서 김인섭과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대북송금 사건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등이 모두 법원의 심사를 거쳐 구속됐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상당한 부담감 따르는 심사… 결과 따라 어느 한쪽은 치명상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부터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제1야당 대표의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유 부장판사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영장심사라 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 의원 대부분과 다수의 민주당원들이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호소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한 점이나, 영장을 발부했을 때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늦은 오후, 아니면 내일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이날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검찰의 수사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라거나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는 사유로 영장이 기각된다면 전체 수사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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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검찰이 이 대표의 신병 확보에 성공할 경우 이 대표에 대한 남은 수사에 탄력이 붙는 것은 물론 앞서 기소한 대장동 사건 등의 공소유지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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