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브로드컴에 191억원 과징금 부과
팹리스 경쟁력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미국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과의 갑질 분쟁에서 삼성전자가 '반쪽짜리 승리'를 거뒀다. 브로드컴이 요구한 장기 독점 계약으로 피해를 본 것은 인정받았지만, 과징금 액수가 턱없이 적은 탓이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예정이지만 피해 규모만큼 보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팹리스 경쟁력이 아쉬운 탓에 생긴 일이라는 뼈아픈 지적까지 뒤따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부품 장기계약 체결을 강제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에 191억원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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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에 사용되는 최첨단, 고성능 무선통신 부품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진 반도체 사업자다.

스마트폰, 태블릿PC에 들어가는 부품을 브로드컴에 의존하고 있던 삼성전자가 경쟁업체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브로드컴이 부품 공급 장기 계약(LTA) 체결을 요구한 것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다. 삼성전자가 LTA를 거부하자 브로드컴은 2020년 2월부터 부품 선적 중단, 구매 주문 미승인 등 보복에 나섰다. 브로드컴이 '폭탄 투하', '핵폭탄'에 비유한 이 조치들로 삼성전자는 당시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 S20' 생산을 위협받았다. 이에 지난 2020년 3월 3년간 매년 브로드컴의 부품을 최소 7억6000만달러(약 1조172억원)를 구매하고, 미달하는 경우 차액을 배상하는 내용의 LTA에 서명했다.


공정위가 브로드컴의 혐의를 인지해 제재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약 3년3개월이다. 공정위는 두 차례 심의를 거쳐 올해 1월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결정했지만, 브로드컴이 제시한 자진 시정안이 미흡하다고 봤고 브로드컴이 개선 요구를 거부하면서 관련 절차가 중단됐다. 이후 공정위는 본사건 심의를 재개해 이번에 191억원 과징금 부과를 확정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등 4개 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등 4개 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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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뒤늦은 승리를 가져가게 됐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어내지 못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액수가 삼성전자가 주장한 피해액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의 LTA 강요로 추가 비용 등 3억2630만달러(약 4375억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은 당시 브로드컴 외의 사업자와 체결했던 일부 부품 계약을 파기하고 쓸모없는 재고를 떠안았으며, 구매 하한선을 맞추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보급형 스마트기기용 부품을 구매했다.


공정위는 2021년 8월까지 삼성전자가 LTA 이행을 위해 구매한 부품 금액 8억달러 전액을 관련 매출액으로 보고 부과율 상한인 2%를 적용해 과징금을 산정했다. 다만, 브로드컴과 삼성전자 간 LTA가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이후인 2021년 8월 조기에 종료되면서 과징금 규모는 200억원에 못 미쳤다.


또한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의 최대 3%(현재는 6%)를 과징금으로 매길 수 있는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 대신 과징금을 전체 매출의 2%까지만 부과할 수 있는 거래상 우월 지위 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공정거래법 제5조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 혐의를 적용했다면 과징금은 약 300억원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공정위가 미국 반도체·통신장비기업인 퀄컴에 대해 삼성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에 이동통신 특허기술을 제공하면서 경쟁사 제품 사용 시 더 높은 로열티를 부과한 혐의로 과징금 2732억원을 부과했던 전례도 비교된다.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와의 장기계약 기간 거둔 관련 매출액만 고려해도 이번 과징금의 액수는 한참 모자라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이번에 확보한 증거 자료를 소송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삼성전자가 입은 피해를 얼마나 보상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브로드컴 역시 추후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두 회사의 법정 공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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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부족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경쟁력을 확보해야 이 같은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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