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 사라지는 수능…변별력 확보 쉽지 않을 듯
'물수능' 우려 증폭…수험생들, 준킬러 문항에 집중
교육부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기로 하자, 수능 변별력 확보가 가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6일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며 지난 3년 치 수능과 올해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킬러 문항 26개를 지목했다. 이 장관은 "공교육 내에서 다루지 않은 문항들, 학생·학부모 입장에서 공정하지 않은 문항들"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사교육 유발의 정점에 있는 문제를 제거하겠다"면서 킬러 문항들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되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는 의도지만, 결과적으로는 시험의 난도 자체가 낮아지는 만큼 ‘물수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교육계 안팎에 팽배하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결코 변별력 확보라는 중요한 수능의 역할을 약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27일 발표된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보면 수능 변별력 확보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킬러 문항 영향 모호했던 6월 모평=6월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 문제가 지적됐던 국어의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136점)과 1등급을 받은 응시자가 크게 늘었다. 교육부가 지목한 킬러 문항들이 막상 수험생이 풀기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역대 가장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왔던 수학은 예상대로 표준점수 최고점 151점을 기록하면서 킬러 문항들이 어느 정도 변별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본 수능에서는 이처럼 초고난도 문제가 사라진다. 국어와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도 15점에 달해 본 수능의 난도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며, 그러면 6월 모의평가보다 변별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과 쏠림 심화…변별력·균형 딜레마=6월 모의평가에서는 자연 계열 학생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 응시율(48.5%)이 인문계열이 많이 보는 ‘확률과 통계’(47.8%)를 추월했다. 통합 수능 체제를 도입한 2022학년도 수능 이후 처음이다. 과학탐구만 선택한 수험생 비율도 48.5%로 사회탐구만 선택한 수험생(47.7%)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처럼 이과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로 인한 문·이과 사이의 불균형을 좁히기 위해서는 미적분, 확률과 통계 등 수학 선택 과목과 과학탐구의 난도를 낮춰야 한다. 킬러 문항의 유무를 떠나 시험의 난도 자체가 낮아지면 변별력을 확보하겠다는 이주호 장관의 발표는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학원가 이미 ‘준킬러 문항’ 집중=입시학원들은 정부 발표 이후 발 빠르게 올해 수능 출제 경향 분석에 나섰다. 애당초 윤석열 대통령과 교육부가 언급한 ‘킬러 문항’의 정의부터 명확하지 않았던 데다가, 정부가 제시한 기준도 모호해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킬러 문항 대신 준킬러 문항이 많이 나오면 수험생이 문제 푸는 시간은 더 걸리므로 심리적 부담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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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라디오에 출연해 "(킬러 문항 배제 등으로) 강남 학원가만 대박이 날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 그런 분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 대치동 등지의 입시학원마다 상위권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준킬러 문항 대비반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기존의 고난도 킬러 문항 정도의 정답률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려했던 쉬운 수능의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며 "수학의 경우 등급 컷이 4점쯤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최상위권과 상위권 학생을 구분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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