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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美 국빈방문도 요가부터...인도 총리의 ‘요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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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세 번째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백악관 정상회담에 앞서 뉴욕 유엔본부를 먼저 찾았다. ‘UN 세계 요가의 날(6월21일)’을 기념해 유엔본부 잔디밭에서 진행된 집단 요가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가장 많은 국적자(135개국)가 모인 요가 레슨’으로 기네스 세계신기록을 세운 이 행사에서 모디 총리는 코브라 자세, 다운독 자세 등 주요 요가 동작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요가는 통합"이라며 "모든 민족, 모든 종교, 모든 문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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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취임한 모디 총리는 ‘요가 애호가’로 익히 유명하다. 한 외신인터뷰서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요가를 한 후 집무를 시작한다"고 말했고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에너지가 넘치는 비결로 "요가와 호흡 수련"을 꼽았다. 취임 직후인 그해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세계 요가의 날을 제안한 인물도 바로 모디 총리였다. 이듬해 그는 제1회 세계 요가의 날을 맞아 인도 델리 광장에서 3만명 이상의 시민들과 함께 요가를 했고, 이는 전 세계 각지에서 매년 이맘때면 요가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단체 요가를 하는 진풍경으로 이어졌다. 인도가 요가 종주국임을 전 세계에 알리며 요가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평화·관용·보편성 등 현대요가가 대표하는 이미지를 가져오고자 하는, 이른바 ‘요가 정치’, ‘요가 외교’다.


다만 모디 총리가 이처럼 공식 석상에서 요가의 관용·보편성 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인도 안팎에서는 모디 총리에 대한 민주주의 및 인권 탄압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인도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로 손꼽히는 2002년 구자라트주 사태가 대표적이다. 힌두교 민족주의자인 그는 당시 주총리임에도 불구하고 힌두 극우세력들의 무슬림 학살을 방관해 국제사회의 비난에 휩싸였다. 이 사태로 모디 총리는 ‘반인권적 정치지도자’라는 평가를 굳혔고, 미국은 2005년부터 총리 취임 전까지 그의 입국을 거부하기도 했다. 여기에 총리 취임 이후에도 모디 총리가 힌두 민주주의 정책을 기반으로 소수 종교, 언론인, 반체제 인사 등을 탄압하고 있다는 비판도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보여온 모디 총리가 "요가는 평화롭고 민주적인 원칙에 도움이 된다", "요가를 존중하는 것이 세계 평화를 촉진하고 무장 폭력과 싸우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요가를 앞세워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일종의 ‘정치적 무기화’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요가를 앞세워 인도 내 억압받는 소수 민족에 대한 정치적, 조직적인 폭력을 은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아누샤 케다르 교수는 미들이스트아이에 "(모디 총리가) 자신과 인도의 이미지를 (요가처럼) 유연하면서도 강하고, 평화로우면서도 강한 이미지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힌두교도 단체의 리아 차크라바티 정책책임자는 이를 ‘옴(만트라) 워싱’으로 정의하며 "요가, 명상 등은 서방에서 상당한 소프트파워를 가지고 있다. 모디 총리는 그 소프트파워를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디 총리를 극진하게 환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모습을 두고 미국 현지에서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바이든 행정부가 모디 총리의 집권 후 인도 내에서 명백히 확인된 소수 민족에 대한 박해 증가, 인권 탄압, 언론 자유 제한 등을 모른 척하고 그 수반을 환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밖에 없다. 앞서 미 국무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도, 지난달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에도 인도를 지적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었다.

미국의 환대를 누린 모디 총리는 지난 22일 정상회담 직후 바이든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 나섰다. 2014년 취임한 그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수 언론을 상대로 질의응답을 한 것은 이번이 최초였다. 통상적인 절차보다 질문 수를 축소해 미국 기자, 인도 기자 한명씩으로 제한한 이번 회견에서 나온 첫 질문은 이와 같다. "자국 내 무슬림과 기타 소수자의 권리를 개선하고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느냐." 그리고 모디 총리는 답했다. "개선할 필요가 없다. 어떠한 차별도 없다." 9년 만의 기자회견, 그리고 질문 수마저 극히 줄어든 상태에서 왜 이 질문이 나왔는지 곱씹어봐야 할 터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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