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x 업체 웰트
김주영 미국 지사장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업체 최초
바이오USA 토론자로 이름 올려
"페어 자산 인수 후 해외 관심 커져"
"제도만 보면 미국이 한국에서 배워야"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편두통 파이프라인을 인수한 사실이 알려지며 해외에서도 웰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페어의 파산에서 '동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만큼 시간이 더디더라도 같이 가고자 한다"
그간 급속히 성장하며 장밋빛 미래를 그려왔던 DTx 업계에 올해는 고난이 닥친 한 해가 됐다.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DTx를 승인받은 페어가 지난 4월 파산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무려 3개의 FDA 승인 DTx를 보유했음에도 상용화가 지나치게 늦어지면서 재정 수지가 급속히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지난 6일(현지시간)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이 열리고 있는 미국 보스턴에서 만난 김주영(Danny Kim) 웰트 미국 지사장은 "현지에서는 많이 안타까워하는 가운데 지불자(payor)들이 움직이는 게 너무 늦었다는 반응이 많다"며 "환자들이 혜택을 보았음에도 보험사에서 반응이 없었던 게 문제"라고 페어의 파산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DTx의 묘미는 더 많은 사람이 더 양질의 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헬스케어의 민주화'"이지만 "사보험은 좀 더 수익을 낼 수 있는 방향을 원하다 보니 방향이 달라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
웰트는 파산한 페어의 유산을 물려받게 된 회사 중 하나다. 자산 처리 경매에 참여해 편두통 관련 파이프라인을 5만달러(약 6500만원)에 인수했다. '리셋(reSET)'이나 '솜리스트(Somryst)' 등 FDA 승인된 DTx는 차순위 인수자로 등재됐다. "자산 인수 후 해외에서 웰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한 김 지사장은 "파산 직전에는 페어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했다"며 "자산이 분할 판매되면서는 편두통이 효과적인 자산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현재 개념증명(PoC)이 이뤄진 상태로, 김 지사장이 페어 재직 당시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던 만큼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웰트는 예측 의료를 강조하고 있다"며 "국내 허가를 받은 불면증 DTx '웰트-아이(WELT-I)'도 예측이 가능한 영역이고, 두통 역시 임상적 효용이 높다고 보고 자체 개발을 하고 있던 상황인 만큼 좋은 자산이라고 봤다"고도 덧붙였다.
![김주영 웰트 미국지사장(가운데)이 6일(현지시간)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DTx 2.0'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주영 지사장]](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3060818243957548_1686216280.jpg)
김주영 웰트 미국지사장(가운데)이 6일(현지시간)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DTx 2.0'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주영 지사장]
원본보기 아이콘웰트처럼 '페어 이후(after Pear)'를 준비하고 있는 회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날 바이오USA에서는 'DTx 2.0: 디지털 치료기기의 약속'이라는 이름의 토론 세션이 마련되기도 했다. 김 지사장도 직접 토론자로 참여했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가 바이오USA 공식 세션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는 의미를 전한 김 지사장은 "DTx가 가능하다는 걸 페어 덕분에 알게 됐기 때문에 이제 그동안 못했던 걸 해보자는 공감대가 생긴 것 같다"며 "지금까지의 의료가 질환이 생긴 후에 이뤄지는 '방어전'이었다면 앞으로는 공격적으로 해보자는 것"이라고 논의 내용을 전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겪으며 '동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지사장은 "페어는 첫 회사이다 보니 동료가 없이 너무 혼자서 빨리 갔다"며 "혼자 빨리 치고 나가는 게 아니라 시간이 더디더라도 같이 가야 한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세계DTx협회(DTA)에 아시아 지역을 대표해 이사회에도 참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통해 교류·협력을 이어가면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이유기도 하다.
김 지사장은 제도화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제도 내에서 DTx의 위치가 약인지, 의료기기인지 분류되지 않으면서 미국 연방 공보험인 메디케어, 메디케이드에서 수가를 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의회에 DTx를 독립적 분류로 인정하는 법률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지사장은 이를 위해 7~9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DTA 총회(summit)에 참석차 이날 바로 워싱턴으로 넘어가 의회에 로비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놨다. "DTx가 약물과 연동될 가능성이 높고, 이때는 의료기기로만 볼 수 없으니 자연스레 경계선이 흐릿해질 것"이라며 "디지털을 통해 치료기기·치료제, 치료·관리·예방을 모두 관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도만 놓고 본다면 미국이 오히려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김 지사장은 "우리나라는 늦게 출발했어도 기존 협회 등에서 긴밀히 소통하며 의견을 내고 있고, 최근 디지털의료제품 관련법이 발의되기도 했다"며 "미국이 오히려 우리에게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백종헌·서영석 의원 등이 디지털의료제품 관련 법을 제출하는 등 국회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지사를 통해서는 직접 웰트-아이 등의 제품을 판매하기보다는 연구·개발(R&D) 협력과 사업개발(BD)에 주력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김 지사장은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건 미국의 500개가 넘는 사보험을 일일이 두들겨야 하는 만큼 당장은 쉽지 않다"며 "미국 내 커뮤니티들과 소통하는 한편 연구인력을 충원하는 등 R&D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직접적 해외 진출은 디지털헬스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DiGA)이 잘 운영되고 있는 독일을 통해 먼저 이뤄질 전망이다. 김 지사장은 "DTA 회원사 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지 회사들과 함께 가려고 한다"며 "현지에서 잘하고 있는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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