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창용 "韓 이미 장기저성장 구조…노동·연금 구조개혁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 5~10년 안에 노후 빈곤이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연금, 노동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조개혁을 미룬 채 재정·통화정책으로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 것은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 구조로 와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의 문제는 개혁을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이해당사자간 사회적 타협이 너무 어려워서 진척이 안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구조적인 어려움을 해결 못하니 결국 재정 풀어서, 금리 낮춰서 해결하라고 하는데 절대 그래선 안된다"며 "재정, 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고, 우리 경제가 잘되려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이 확실하게 목표 수준인 2%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금리인하 생각은 시기상조"라며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으로 말하면 연말까지 상승률이 3% 내외로 수렴할 가능성은 지난달보다 명확해졌지만 3%에서 우리 목표인 2%로 내려갈거냐는 확신이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경기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반도체 경기의 저점은 4분기로 보고 중국 경기는 하반기 살아날 것"이라며 "상저하고 패턴이 유지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금융통화위원 구성에 변화가 있었는데 금통위원들의 향후 최종금리 수준 전망은.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선 금통위원 여섯 분 모두 연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첫 번째 이유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대로 둔화되고 있지만 근원물가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기 때문에 좀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을 중단할 지, 계속할 지,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여전히 시기상조란 입장인가. 만약 그렇다면 미국처럼 연내 인하가 없다고 못 박지 않는 이유는.
▲시장의 연내 금리인하 전망은 과도하다고 말한 바 있다. 금통위원들도 같은 의견이다. 미국도 못을 박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한은이) 연내 인하가 없다고 못 박지 않는 이유는 우선 현재 우리가 금리를 300bb(1bp=0.01%포인트) 이상 올린 상태에서 올라간 금리가 물가나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 미국 Fed가 어떻게 금리를 결정할지 불확실하다. 우리가 성급하게 결정하기 보다는 보고 결정하는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금리를 조급하게 내릴 경우 금융 불안정을 다시 촉발할 수 있는 위험은 없는지, 중장기적으로 검토한 다음 인하를 생각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확실하게 목표 수준인 2%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금리인하 생각은 시기상조다.
-지난번 금통위 회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나.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으로 말하면 연말까지 상승률이 3% 내외로 수렴할 가능성은 지난달보다 명확해졌다. 다만 3%에서 우리 목표인 2%로 내려갈거냐는 연말 뒤에 일어날 일인데 확신이 오히려 좀 줄었다. 이유는 지금 일어나는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많은 이유가 지난해 6~7월 이후 많이 올라간 유가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다. 기저효과가 지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이 같이 움직임텐데, 지금 근원물가 상승률 보면 오히려 전망이 3.3%로 올랐다. 정책 목표로 수렴할지는 확신이 덜 드는 상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하향 조정한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IT와 반도체 경기가 저희 생각보다 회복이 연기되는 것이다. 중국 경기가 회복돼 주변 국가에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느린 것 같다. 성장도 내수 중심으로 가다보니 주변국의 긍정적 효과도 적다. 다만 아직 저희는 '상저하고' 패턴이 유지될 것 같다. 하반기 들어선 성장률 올라갈 것으로 본다.
-지난번에 단기금리가 과도하게 하락하고 있다고 했는데 최근 한은이 통화안정증권 발행 늘리면서 단기금리가 어느정도 올라왔다. 현 수준의 단기금리는 과도한 하락이 아니라고 보나.
▲초단기 금리에 저희가 개입해서 단기금리가 올라간 것은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저희들이 환매조건부채권(RP)을 통해서 초단기금리, CD나 콜금리가 움직이는 걸 보고 있는데, 저희의 구조가 RP의 매각, 매입 대상기관이 은행 중심으로만 돼 있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는데 자금이 은행에서 비은행으로 가면서 RP 오퍼레이션에 참여할 수 없는 비은행기관이 많은 자금을 통안채로 운영하면서 단기금리에 괴리가 생겼다. 단기금리는 한은이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조정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서, 개입을 해서 일단 단기금리를 기준금리 수준으로 올려놨다. 앞으로는 통안채 통해서 조정도 하면서 RP 대상 기관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과거에는 은행 중심의 금융구조였다면 이젠 비은행금융기관이 더 커졌기 때문에 현실을 반영해서 어떻게 조정하면 좋은지 시장과 논의해 구조개선도 같이 할 생각이다.
-가계대출이 꾸준히 감소하다가 지난달 8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세 진정으로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
▲가계대출을 GDP 대비 8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건 중장기적인 정책이다. 하루 아침에 단기 통화정책을 통해 낮출 수 없다. 우리 가계대출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 있으니 한은만 할 순 없고 범정부적으로 가계대출을 어떻게 낮추고 구조개선을 어떻게 해야 할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은이 모여 논의하고 있다. 가계대출이 5월에는 약간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이 안정되고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 대출이 늘어나면서 일어난 일이다. 취약계층을 도와주고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가계대출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자가 높은 수준에 남아있어서 단기적으로 다시 부동산이 과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말 도입한 담보채권 종류 확대를 비롯한 자금시장 지원 조치는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보나.
▲7월에 만기연장을 금통위원들과 상의해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제도적으로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뱅크런 문제가 없다. 다만 만일 그런 유사한 사태가 일어난다면 디지털뱅킹이 많이 발전돼 있기 때문에 예금이 빨리 빠져나갈 수 있다. 예금이 빠져나갈 때 파산할 위험이 없는 은행임에도 예금이 빠져나가면 중앙은행으로부터 유동성을 많이 공급받아야 하는데 그럴 때 제공할 수 있는 적격담보가 한정적이면 그 양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저희가 많이 활용하지 않았던 재할인율 창구 등을 활용해서 구조적인 개선 할지 금융권이나 금통위원들과 논의해서 결정할 생각이다.
-장기적으로 저성장 국면이 계속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 정부가 연금이나 노동개혁 같은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추진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저는 개인적으로 이미 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 구조로 와있다고 생각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워낙 심해서 빨리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 지금은 낮은 성장률 때문에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데 5~10년 내에는 노후 빈곤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금, 노동 등 구조개혁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문제는 개혁을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이해당사자간 사회적 타협이 너무 어려워서 진척이 안된다는 점이다.
또 논의를 할 때 혜택을 보는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논의가 되고 있어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는게 안타깝다. 정부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다. 예를 들면 교육개혁하려는데 고3 때 자기가 평생해야 할 전공을 정한다. 말이 안된다. 대학가서 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각 학과의 정원을 공급자가 정하고, 이해당사자가 합의를 못봐서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연금개혁도 프랑스는 시작이라도 했는데 우리는 모수 다 빼고 이야기하자고 하고, 그럼 하지 말자는 거다. 저출산, 노인돌봄 등 생각하면 이민이나 해외노동자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한데 그런 것도 진척이 없다.
반도체 수출 안된다고 그러는데, 사실 제가 볼 때 우리나라도 서비스업 생각하면 수출할 게 엄청 많다. 특히 우리 의료산업 얼마나 발전했나. 전 10년 전부터 의료산업의 국제화를 통해 서비스산업 발전시키자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한걸음도 못나가는 사이 이미 태국과 싱가폴은 의료허브가 돼 있다. 구조적인 어려움을 해결 못하니 결국 재정 풀어서, 금리 낮춰서 해결하라고 한다. 절대 그래선 안된다. 재정·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고, 우리 경제가 잘 되려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거기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재정, 통화정책을 통해 해결하라고 하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다.
-하반기 중국 리오프닝 전망이 궁금하다. 또 우리 수출 주력인 반도체 경기 저점은 언제가 될 것이라고 보나.
▲우선 중국이 내수중심으로 회복하고 있고, 하반기에 어떻게 될지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중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 숫자를 보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18% 정도 늘었다. 그 속도가 최근 빨라지기 시작했다. 중국도 재고를 소진하면 제조업이 늘어나고 펜트업 소비도 늘어날 것 같다. 하반기에는 생각보단 늦었지만 (중국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불확실은 크다. 반도체 경기는 연초만 해도 3분기가 저점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4분기를 저점으로 보고 있고, 몇가지 좋은 사인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주식가격이 올라가고 해외 돈이 들어오는 것도 반도체 경기 저점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시장에는 금리인상이 끝났고, 한은이 앞으로 통화정책으로 무엇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거라고 한다. 하반기 한은의 방향성은.
▲한은이 금리를 절대로 올리지 않을 건데 거짓으로 겁만 준다는 시장의 의견도 들었다. 저희는 물가를 보고 판단할 거다. 참고로 호주은행도 금리인상 중단하고 지켜보겠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안 올릴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난달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렸다. (한국은행도) 절대로 (금리인상을) 못할 거라고 생각하진 말아달라.
-금융안정 관련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과 전세 사고 이슈가 있었다. 한국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현재 상황과 전망은.
▲전세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지난 몇 년간 집값이 굉장히 올라간 상황에서 거품이 있는데 금리를 빨리 올리다보니 나타난 부작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위험 상황을 판단해보면 지난해 연말에 부동산 가격이 굉장히 빨리 떨어질 때 경착륙 우려를 했는데 지금은 금리 조정을 하면서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다. 오히려 연착륙이 빨라지다보면 가계부채가 늘어날 것을 걱정할 정도로 연착륙 이야기가 나온다. 연착륙 기조로 가면서 소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기관의 유동성 문제를 잘 관리해서 전체적인 위기로 파급되지 않게 정책적 노력을 다 하고 있다. 연체율은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된다면 내년 초 정도까지는 계속 올라갈 것이다. 올라간다고 해도 과거 연체율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다. 현재 금융기관의 적립금이나 대손충당금, 자본비율 등을 볼 때 연체율로 인해서 큰 위기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디폴트가 현실화됐을 때 예상하는 국내 파급효과는.
▲2011년에도 유사한 사태가 있었는데, 미국 정치권도 시장이 변동하면 압력을 받으니 빨리 해결됐다. 미국 금융시장 흔들리면 정치권이 가만있을 수 없으니 해결될 거라고 본다. 지금 6월1일이 (디폴트) 'X-데이'라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주의한다. 이게 실물, 펀더멘탈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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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부족 문제는 앞으로 들어올 세수와 기재부의 결정을 보고 저희가 성장이나 물가에 주는 영향을 분석해야 할 것 같다. 세수부족이 일어나면 (정부가) 지출을 조정할 수도 있고, 조정하지 않고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고, 또 부총리가 이야기 한대로 다른 재원을 통해 자금을 조달 할 수 있다. 세수부족이 발생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느냐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걸 봐야 물가와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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