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어르신 디지털 적응 돕는 '앙코르커리어'
삼성SDI 출신 이소영 대표
서울 광진구 광진경제허브센터는 작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각자에게 배분된 자그마한 공간 속에서 창업가들은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고 싶다는 자신만의 꿈을 품고 있었다. 광진경제허브센터에서 지난달 31일 만난 이소영 한국앙코르커리어 대표(37)는 “아주 오래 전인 중학생 때부터 막연하게 실버산업의 대표가 되는 꿈을 꿔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업 전 삼성SDI에서 5년간 기획 업무를 담당했었다. 이후에는 한양대학교 창업지원단에서 교직원으로 일했다. 대기업과 교직원이라는 안정적인 일자리 또한 그에게는 향후 실버산업 스타트업 대표가 되기 위한 배움의 과정이었다. 그는 “대기업에 취업한 이유도 궁극적인 제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며 “대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촘촘하게 익혀둬야 제 회사를 잘 꾸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직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대기업 퇴사 이후 한양대학교 창업지원단에서 5년간 창업지원사업 업무를 담당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세세한 스타트업 지원 체계를 익힐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한양대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지원체계를 안내해주고 연결해주는 일을 했다. 여기서 그는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 혜택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이같은 정보에 밝지 않았다. 이 대표는 스스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시니어 관련 정보와 지원책’ 등을 주제로 뉴스를 모아서 아카이빙을 해서 제공했다. 시니어 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파악하게 됐다. 해당 페이지는 지금의 ‘오늘의 편성표’라는 서비스로 발전했다.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카카오톡으로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일자리 등 정보를 총정리한 큐레이션 콘텐츠다.
“왜 시니어 산업에 뛰어들었냐”는 질문에 그는 “저조차도 잘 모르겠지만 그저 애정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중학생 시절 동아리활동에서 우연한 계기로 노인정 봉사활동을 나간 게 시작이었다. 노인정에 계신 어르신들의 혈압을 체크하고, 말벗을 해주는 활동이었다. 그는 “그저 저희가 와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다는 이유만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행복해하셨다”며 “저와 이야기 나누는 날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는 그분들의 표정에서 느낀 따스함이 마음 깊숙이 뿌리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노인들과 이야기할 때 즐거워지고 편안해지는 마음. 그게 오래 전부터 실버 산업의 대표를 꿈꾼 이유다.
지난해에 설립한 앙코르커리어는 아직 영세한 회사다. 직원도 두 명 뿐이다. 다만 그는 노인들에게 디지털 세상에 접근할 수 있는 ‘손쉬운 사다리’를 만들어주는 비즈니스의 사회적 가치가 작지 않다고 확신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꾸준히 쌓아온 여러가지 경험들은 일종의 사회적 자산”이라며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소중한 자산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앙코르커리어는 어떤 기업인가.
▲’커리어’를 다시 ‘앵콜’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사명을 지었다. 어르신들이 인생 2모작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다.
-어떤 서비스인가.
▲100세 시대다. 그런데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했다. 어르신들이 은퇴 이후의 삶을 잘 꾸려 나가려면 빠르게 변화한 세상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적응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크게 두가지 솔루션으로 나뉜다. 새로운 세상에 직업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뉴스와 정보들을 큐레이션해주는 것이다.
저희는 ‘오늘의 편성표’라는 서비스를 매일 아침 6시 30분에 배포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일자리 등 정보를 총정리해서 드린다. 또 ‘생활멘토’라는 웹페이지를 운영한다. 퇴직한 어르신들이 자신의 새로운 직업적 관심사를 탐색하는 데 필요한 콘텐츠를 라이브 클래스로 제공한다. 대부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관심사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많지만, 여가나 취미 수업에 맞춰져 있는데 주목했다. 우리 서비스는 취미, 여가보다는 일자리와의 연결성을 높일 수 있는 콘텐츠가 주류다.
-여가와 취미 중심의 클래스가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
▲제2의 인생을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실용적인 정보 위주의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단 의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라이브클래스를 시작했다. 물론 취미 클래스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저희 서비스만의 특이점은, 저희가 기획한 강좌뿐 아니라 회원들이 직접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는 데 있다. 제공 방식은 ‘줌’이라서 간편한 측면도 있다. 50대 이상 시니어분들이 모여서 자발적으로 줌 클래스를 만들고 업로드한다.
-자신만의 강좌를 만들고 싶다고 신청하면 생활멘토에서 이를 열어주는 시스템으로 이해하면 되나.
▲그렇다. 강좌를 만들고 싶어하시는 시니어들이 많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재능이 적지 않은데 이를 나눌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해 고민하신다. 저희가 줌 접속 방식이나 홍보 콘텐츠를 만들어드리는 방식이다.
-강좌는 무료인가.
▲그렇다. 저희의 비즈니스모델은 강좌를 통한 수업료가 아니라 강좌를 설계하고 구성하기 위한 운영비를 받는데서 나온다. 줌 링크를 생성하거나, 강좌 관련 홍보물들을 만들어드리고, 홍보를 담당하면서 일정 수익을 확보한다. 즉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으신 분들께 요금을 받는 구조로 현재까지는 운영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가지고서 강좌를 열길 원한다. 유튜브로 넘어가시기 전 단계로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시기도 한다. 줌 클래스를 진행하고 나면 녹화본이 생기는데 이걸 그대로 유튜브에 업로드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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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질을 유지하려면 필터링 작업이 섬세하게 이뤄져야 할 것 같다.
▲그렇다. 좋은 콘텐츠 강좌들이 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선 강좌를 올리시는 분들의 이력과 레퍼런스를 검토해서 업로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만약에 너무나 지나치게 투기성이나 사행성인 강좌들은 자체적으로 필터링을 해서 올리지 않고 있다. 또 라이브 클래스로 강좌가 진행되기 때문에 사전에 저희가 모든 사안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한계다. 라이브 중 나타나는 돌발변수들에 대한 리스크들을 줄여나가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저희가 서비스를 구상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르신들을 대면하고 있다. 최근에 생활멘토를 잘 이용하시는 어르신을 만났는데 그분이 이야기하다가 저희에게 고맙다고 눈물을 보이셨다.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려면 여러 도움들이 필요한데 막막하기만 했다고 말씀하셨다. 이런 채널들을 열어줘서 적응이 수월해진다고 감사하다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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