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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VB 조치에도...여전히 불안한 지역은행들, 주가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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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을 막기 위한 연방정부의 긴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중소 지역은행들을 중심으로 주가 폭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예금자 보호 등의 조치에도 자칫 그 불씨가 중소 은행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된 탓이다. 다음 약한 고리가 모기지(주택담보대출)가 될 것이라는 공포감도 여전하다.


13일(현지시간) 오후 뉴욕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전장 대비 50% 이상 떨어진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SVB 사태 이후 위기설에 휩싸였던 퍼스트리퍼블릭은 이날 개장 전부터 폭락세를 나타냈고 장중 거래가 몇차례나 중단되기도 했다. 팩웨스트 뱅코프 역시 전장 대비 45%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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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반의 중소 규모인 이들 은행은 SVB 사태가 확산할 경우 뉴욕 시그니처 은행의 뒤를 이을 수 있는 곳들로 꼽혀 왔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퍼스트리퍼블릭은 이번 사태 후 긴급 자금을 조달하고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발표했으나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 퍼스트리퍼블릭의 총자산과 총예금은 각각 2126억달러, 1764억달러로 앞서 파산한 SVB를 넘어선다. SVB 사태가 퍼스트리퍼블릭으로 전이될 경우 시장에 더 큰 충격이 몰아칠 수 있는 셈이다.

앨리파이낸셜, 키코프, 피프스 써드 뱅코프, 코메리카 등도 일제히 매도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은행 역시 장초반 주가 급락으로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앞서 마켓워치는 SVB와 비슷한 리스크가 있는 미 은행 20곳을 추리면서 이들의 이름을 나란히 올렸었다. 모두 미실현 증권 손실에 많이 노출됐거나, 총 자기자본 대비 기타포괄손익누계액(AOIC) 비중이 높은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AOCI는 향후 회사에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월가에서는 이번 SVB 사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 위기로 전면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지만 은행주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경계감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이날 하락 출발한 뉴욕증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조치와 대통령 연설 등에 힘입어 반등세로 돌아섰지만, S&P500 은행 관련주는 여전히 3%에 육박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SPDR S&P지역은행 ETF, SPDR S&P 은행 ETF 역시 이날 오후 현재 각각 10%, 8% 이상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CNBC는 은행 ETF들이 2020년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고 보도했다. 중소 규모의 지역은행뿐 아니라 대형은행들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4%, 시티는 6%, 웰스파고는 5%대 떨어진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의 솔리타 마르첼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부 은행 매도세가 지나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신뢰의 위기'가 언제 개선될 지 알 수 없다"며 "금융기관에는 예금자, 투자자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르첼리 COI는 "다른 은행들이 유사한 우려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미 SVB 사태를 둘러싼 후폭풍 우려가 모기지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P모건의 리포트를 인용해 이날 모기지 관련 부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했고, 이는 매도 물결이 예상된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제2의 SVB로 우려되는 퍼스트리퍼블릭 등도 과거 모기지를 적극 확대했다가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울프 리서치의 크리스 세넥 수석투자전략가는 이번 사태가 시장 전반에 걸쳐 잠재적 폭발의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SVB 사태가 리먼 사태급으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낙관에 동의한다면서도 가상자산 하락, 지역은행을 비롯한 많은 금융기관들의 국채시장 비유동성 문제 등을 우려점으로 꼽았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은행(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일요일인 전날 저녁 SVB, 시그니처은행 등에 예금보험 한도를 넘는 예금까지 전액 보증하고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각종 조치를 발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증시 개장전인 이날 오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지난 며칠간 신속한 조치 덕분에 미국인들은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SVB에 예금했던 모든 고객은 안심해도 된다. 당신의 예금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의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금융규제 완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2010년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해 금융규제를 강화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법을 개정해 '글로벌 시스템 중요은행'(G-SIB)으로 분류되는 대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중소·지방은행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전 행정부가 금융 규제를 완화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회와 금융 당국에 미국의 일자리와 중소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은행 관련 규제를 강화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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