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13일의 월요일" SVB 후폭풍 공포...美옐런 '구제금융'엔 선그어(종합)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파산 결정 후 첫 거래 13일…'블랙먼데이' 현실화될 수도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이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둘러싼 공포감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총 자산규모만 2090억달러(277조원)에 달하는 은행의 갑작스러운 파산절차로 연쇄 충격이 불가피한 탓이다. 당장 파산 결정 후 첫 거래일인 13일(현지시간) 주가가 폭락하는 '블랙먼데이' 충격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로 급격한 금리인상이 실물경제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에도 타격을 줄 수 있음이 확인된 만큼 곧 이어질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도 한층 복잡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미 연방정부는 이번 사태가 금융시스템 전반 위기로까지 확산하지 않도록 주말 내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구제금융 요구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13일의 월요일' 공포 확산...SVB 자산 매각 추진 중

SVB의 파산은 미국 은행가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무너진 워싱턴뮤추얼은행 이후 최대 규모다. 시장에서는 월요일인 13일 은행 거래가 재개될 경우 SVB의 주요 고객들인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현금을 찾지 못해 혼란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른다. 금융시장에서도 '13일의 금요일'을 빗대 '13일의 월요일'이 닥칠 것이란 경고가 쏟아진다.


SVB 지점들은 이날 문을 열고 예금자보호한도인 25만달러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총 예금의 85%인 1515억달러가 한도 초과예금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도초과 금액은 보호 대상이 아니기에 예금자 입장에서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헤지펀드 설립자는 "시스템 전반의 (FDIC) 예금 보증이 없다면 월요일 오전부터 더 많은 뱅크런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SVB의 파산관재인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법인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을 통해 SVB의 기존 예금을 모두 이전받고 전날부터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신속한 자산 매각이 이뤄져야만 고객들에게 최대한 많은 예금을 돌려줄 수 있다. 최종 입찰 마감일은 이날 오후다. 다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소식통은 블룸버그통신에 "FDIC는 신속한 거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고 어떠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P통신은 SVB 자산에 관심을 보이는 경매 참가자가 몇곳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다수의 테크기업들이 SVB에 대규모 예금을 예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리밍 기기 제조업체인 로쿠는 자사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약 4분의1인 약 4억8700만달러가 SVB에 예치돼있다고 확인했다. 로블록스는 1억5000만달러의 예금이 있다고 공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테크기업 외에도 SVB가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 지점을 운영하며 와인산업에만 40억달러를 대출하고 있는 만큼 와인 생산까지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당장 유동성 절벽에 내몰린 스타트업계에선 예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줄도산에 이를 수 있다는 공포감마저 커진 상태다. 다음 주 급여를 줄 돈조차 없는 기업이 수천개에 달한다는 보도가 쏟아진다. 리플링의 최고경영자인 파커 콘래드는 트위터를 통해 "일부 급여 지급을 완료하지 못했다"고 확인했다. 급여를 지불하지 못할 경우 노동법 위반이 된다.


SVB의 갑작스러운 파산 배경에는 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존재한다.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을 주요 고객으로 '실리콘밸리 호황'에 힘입어 미 16위권 은행으로 성장한 SVB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불어난 자산과 예금을 안전자산인 미 국채, 정부 보증채권에 대거 투자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이어진 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손실이 커졌다. 여기에 지난 8일 오후 모회사 SVB파이낸셜그룹이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하면서 뱅크런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둔화한 테크업계 업황에 시장 공포감까지 겹치며 9일 하루 동안 고객들이 인출한 금액만 420억달러에 달했다. 결국 10일 오전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SVB를 폐쇄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긴급 진화나선 美...옐런 "구제금융 고려 안해"

미 정부는 SVB 사태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주말 내내 사태 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칫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 정부는 SVB를 통째로 인수하는 기업이 나타나는 것을 최선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재무부, Fed, FDIC는 SVB 사태 여파를 관리할 수 있는 대안들을 검토 중이라고 CNBC는 전했다. 특정 은행의 파산이 광범위한 금융권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경우 25만달러 초과 비보험 예금도 보호할 수 있는 연방 예금보호법을 기반으로 비보험 예금에 대한 보호책을 만드는 것이 그중 하나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Fed와 FDIC 이사회에서 3분의2 이상 시스템 리스크 우려 판단을 내놔야만 한다. 이와 함께 SVB에 노출된 다른 금융권을 지원하기 위한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미 정부는 SVB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CBS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산업 보호를 위해 대규모 구제금융에 나섰던 상황을 언급하며 "그에 따라 시행된 개혁은 우리가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SVB 파산 여파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정부 차원의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직접 이를 일축하고 나선 것이다.


옐런 장관은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정말 안전하고 자본화가 잘 돼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미국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경제수장으로서 불안한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한 발언이지만 금융위기 이후 강화해온 미국 금융 안전성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읽힌다. 그는 "우리는 예금자들을 걱정하고 있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SVB 파산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 논의 중임을 확인했다.


현재로선 월가에서도 이번 SVB 파산이 금융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진단이 대체적이다. 실리콘밸리 기술기업 등 특정 분야와 기업에 편중된 전문은행이라는 점에서 시장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제한된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가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SVB 사태는 매우 독특하다"고 평가했다. 재무부 역시 이 가운데 오히려 대규모 구제금융과 같은 정부 지원 조치가 나올 경우 오히려 시장에서 위기를 더 크게 받아들여 다른 은행의 뱅크런 사태를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SVB 사태의 본질이 높은 금리에 기반한다는 점을 들어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은행들에도 파장이 닥칠 것이란 경계감이 이어진다. 대다수 미 은행은 미국 국채를 포함한 상당 규모의 채권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옐런 장관 역시 이날 인터뷰에서 "기술 분야의 문제는 이번 사태의 핵심이 아니다"라고 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문제가 됐음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Fed의 금리인상 경로가 불확실해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당초 시장에서는 최근 인플레이션, 고용 등 경제 지표가 강력하다는 점을 이유로 오는 21~22일 예정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SVB 사태로 시장 공포가 커진 상태에서 Fed가 긴축 강도를 높일 경우 채권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한 은행들의 건전성이 악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알리안츠 선임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이번 사태에 대해 "좁은 의미에서는 작은 은행이더라도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넓은 의미에서 이는 현재 진행 중인 통화정책 변화의 트릴레마(삼중고)"라고 지적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어른들 싸움에도 대박 터진 뉴진스…신곡 '버블검' 500만뷰 돌파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국내이슈

  • 공습에 숨진 엄마 배에서 나온 기적의 아기…결국 숨졌다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해외이슈

  • 고개 숙인 황선홍의 작심발언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 더 벌어질 것"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PICK

  • 1억 넘는 日도요타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대북 제재 우회" 지적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