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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과 보존]①K무비 원류 '한국 고전영화' 활용 확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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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 인터뷰
K-컬처 영향으로 유튜브 韓고전영화 조회수↑
내년 50주년, 일반인도 영화 만드는 아카데미 추진
영화운동 아카이브 구축,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 등재 목표

[수집과 보존]①K무비 원류 '한국 고전영화' 활용 확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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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증거다. 그 증거들이 모여 역사가 되는 순간을 위해 아키비스트(기록물관리전문가)들은 단절된 시대와 기억, 유대감을 잇느라 고군분투한다. 한국영화 104년, 세계 속 한국영화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졌지만, 영상 기록 수집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적 인식과 이해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영화감독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거치며 영화 산업 전반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은 산업과 기록의 간극에 주목해 이를 좁히는 작업을 지난 1년간 이끌어왔다. K-컬처를 이끄는 한국영화 역사의 궤적을 넘어 소장 자료 활용 확대와 새로운 융합콘텐츠 제작을 위해 영상자료원은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다음은 김 원장과 일문일답.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이 17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이 17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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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영상자료원을 잘 모르는 대중이 많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는 기관인가?

▲자료원을 찾는 시민들은 한국영화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곳으로 알고 오신다. 그게 기본 설립 목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한국영화 관련 자료를 수집, 보전, 복원, 활용하는 기관이라 소개할 수 있겠다. 원장 취임 후 동시에 4개 기관장을 겸하게 돼 벼락출세했다고 생각했다.(웃음) 먼저 자료원이 보유하고 있는 여러 소장품을 상설전, 기획전으로 보여주는 한국영화박물관이 있다. 자료원 2층에는 영상도서관이 있다. 영화 관련 책은 물론 영화 시나리오를 실물로 볼 수 있고 블루레이, VHS 등 물리 매체를 통해 영화를 볼 수 있는 열람실이 갖춰져 있다. 아울러 자료원은 영화 상영관 3관을 운영하는 극장이다. 영화문화 다양성을 위해 최근 개봉한 외국 예술영화, 한국 독립영화, 단편영화 등 1년 내내 영화제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학예연구팀이 수집하고 연구한 자료를 모아 출간하는 출판사도 겸하고 있어 사실상 다섯 개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K-컬처 영향력 확대로 한국영화, 특히 고전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유튜브 채널에서 한국 고전영화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벌써 누적 3억뷰를 기록하고 있다. 1990년대 이전 제작된 한국 고전영화 중 저작권이 해결된 약 300편의 작품을 복원해 영어자막과 함께 제공하고 있는데, 온라인 영화아카이브를 유튜브에서 소개한 건 영상자료원이 세계 최초다. 가장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인터넷 인프라 확충이나 한류 확산에 도움을 주고, 또 수혜를 받은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유튜브 시청자를 살펴보면 미국, 유럽, 일본 등 다양하지만 특히 한류가 강한 인도네시아나, 사우디 등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추세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2층 양옥의 계단 구도를 이용해 중산층 가정의 욕망과 불안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현재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사진제공 = 한국영상자료원]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2층 양옥의 계단 구도를 이용해 중산층 가정의 욕망과 불안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현재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사진제공 = 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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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전영화에 대한 해외 팬의 관심은 언뜻 과거 프랑스, 독일 문화원을 찾던 한국 씨네필의 행보와도 맞닿아 보인다.

▲최근 영상자료원 유튜브 채널이 당시 문화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이 문화 선진국이 됐고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현재, 우리 유튜브에 접속하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 시청자가 왜 한국 고전영화를 찾아보고 댓글을 남길까 생각해봤다. 나는 문화원 세대로 1970년대 프랑스 문화원과 독일 문화원을 찾은 이유는 검열을 거치지 않은 원본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지금 우리 유튜브 채널을 찾는 이들은 과거 우리가 프랑스, 독일, 헐리웃영화를 동경하며 문화원에서 예술영화에 대한 욕구를 채웠듯, 한국이란 문화 선진국의 고전영화를 통해 문화에 대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하녀’를 언급한 이후 조회 수가 폭증했는데, 그 수치가 이어지지 않아 걱정이 많다.(웃음)


-취임 후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지.

▲영화운동 아카이브 구축이다. 1970년대 문화원 세대부터 80년대 민중문화운동, 90년대 시네마테크운동, 이후 영화제와 한국영화아카데미 설립을 거쳐 2006년 반 FTA 스크린쿼터 투쟁까지. 30년의 영화운동 자료가 분야별로 각각 수집, 연구되고 있었는데 이걸 한데 모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90년대 시네마테크 운동을 중요하게 보는데, 여기를 거친 이들이 중추가 돼 영화진흥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탄생시켰다. 이분들을 중심으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전 세계 영화사에 유례없는 한국영화의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파일럿 작업을 진행했고, 올해 마스터플랜을 세워 내년 중 예산을 확보해 최종적으로는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한국영상자료원이 공개한 조선기록영화컬렉션 중 'Archives Korea 1930-1940'의 주요 장면. [사진제공 = 한국영상자료원]

지난해 한국영상자료원이 공개한 조선기록영화컬렉션 중 'Archives Korea 1930-1940'의 주요 장면. [사진제공 = 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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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영상자료원에 적체자료가 상당한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지.

▲먼저 전수조사를 통해 5만여 건의 적체자료를 확인했다. 과거엔 필름 외 시나리오, 검열문서, 스틸 등의 자료가 들어오면 기록하고 보관해왔는데, 현재는 수집 후 카탈로그 팀이 내용을 확인하고 어떤 영화 현장의 자료인지를 정리하고 있다. 일례로 정일성 촬영감독의 기증 소장품은 직접 모셔서 일일이 대조 확인을 거쳐 카탈로그 작업 후 보존에 들어갔다. 그렇게 카탈로깅을 통해 최근 정리한 장기 적체자료가 3만 건에 달한다. 카탈로깅 작업은 투트랙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형으로 수집되는 자료의 카탈로깅을 우선하되, 영화사적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자료 카탈로깅을 함께 작업한다. 지난해 공개한 조선기록영화컬렉션은 1945년 이전 기록영상 53편, 해방 이후 영상 60편 총 113편에 대한 연구해제집과 VOD 서비스로 한국 근현대사 관련 기록물로는 사상 최대규모였다. 같은 영상이라도 1940년대로 추정된 영상이 아니라, 언제, 어떤 계기로 누가 찍었고 소장처는 어디이며 어디서 발견됐다는 자료가 붙으면 활용처가 달라진다. 또한, 1954년부터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국가 검열이 끝난 1990년대까지의 검열서류가 자료원으로 넘어와 카탈로그 작업 후 대중에 공개하고 있다. 현재 감독별 스캔 원본을 자료원 홈페이지에서 제공 중이다. 자료의 활용은 카탈로깅이 좌우하는데 한국영화 연구자들은 늘 1차자료 부족에 시달려왔다. 자료원도 그간 소장자료의 카탈로깅이 미흡해 연구자에게 개방할 수 없는 자료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앞으로는 관련 규정을 만들어 목적이 확실한 연구자에 한해 1차자료 접근을 허용하는 부분도 추진하고 있다.


-내년이 영상자료원 설립 50주년인데 관련해서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나.

▲5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히 새로운 기획을 위한 예산이 오진 않는다. 때문에 기왕 하는 사업에 50주년 색깔을 입혀서 강조하는 것과 자료원의 오랜 숙원사업에 대한 외부활동을 강화하고자 한다. 인프라 확충, 수장고 확장과 더불어 아키비스트 아카데미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영상자료원의 다양한 업무를 커리큘럼화 해서 일반인도 영화복원 기초 강의를 수강하면 우리가 보유한 자료를 가공해 2차 제작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아카데미를 50주년에 맞춰 추진 중이다. 지난해엔 한국 고전영화 중 당대 흥행사였던 한형모 감독의 '운명의 손', '자유부인'부터 한국 최초 여성감독 박남옥 감독의 데뷔작 '미망인', 신상옥 감독이 연출하고 최은희 배우가 팜므파탈로 분한 '지옥화'까지 저작권이 말소된 1950년대 영화 4편으로 직접 비디오 에세이를 제작하는 공모전을 열어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 아카데미를 통해 전문가만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일반인도 영화 에세이를 만들 수 있는 과정을 체계화해보고 싶다.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이 17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이 17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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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영화제 프로그래머, 영화과 교수를 거친 스스로를 무엇이라 정의하는가.

▲넓은 의미로 큐레이터 같다. 나는 내 영화를 만들 때도 작가가 아니라 큐레이션하는 느낌으로 연출했다. 영화감독은 정말 이기적이고, 또 영화를 안 만들면 숨만 쉴 뿐 살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이 홍상수, 이창동, 박찬욱이고 나는 그런 감독이 아니다. 실패한 감독의 변명이라 하면 할 수 없지만, 영화 관련 일을 하는 동안엔 괜찮았다. 감독으로 태흥영화사에서 데뷔했기에 태흥영화사 기획전의 경우 자료 중 틀린 부분들을 직접 바로잡을 수 있었다. 영화 프로그래머로 일한 경력을 살려 영화제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한편, 자료원의 상영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3개월에 한 번 '디렉터스 초이스'를 운영하며 프로그래머 본능도 해소하고 있다. '내가 자료원장이 되려고 태어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충무로에 프로페셔널하게 들어온 건 1991년 영화 '개벽' 연출부가 시작이었다. 30년간 현장에서, 학교에서, 영화제에서, 또 책 출간 경험 등 지금까지 해온 모든 걸 지금 여기 집어넣을 수 있어 좋다. 늘 2~3가지 일을 겸업했었는데, 한 가지 일에 풀타임으로 매진하는 건 처음이다. 직원들에겐 피곤한 원장이겠지만, 그간의 경험을 활용하면서 또 새로운 걸 배워가고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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