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사건' 핵심 스티븐 리, 미국서 체포… 범죄인 인도 청구 17년만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의 핵심 인물인 스티븐 리(54·한국명 이정환) 전 론스타코리아 지사장이 미국에서 체포됐다. 법무부가 이씨의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지 17년 만이다.

법무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당국과 공조 끝에 미국 뉴저지주에서 이씨를 체포했다고 5일 밝혔다.

법무부

이씨는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사서 되팔아 큰 차익만 챙기고 국내에서 철수했다는 '먹튀'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매각할 당시 이씨는 우리나라 정책 당국자, 금융권 인사들과 어울리며 계약의 긴밀한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와 국회 등의 고발에 따라 검찰은 2006년 이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지만, 이씨는 2005년 9월 이미 미국으로 도피한 후였다. 이에 검찰은 2006년 이씨를 기소 중지하고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당시 검찰은 이씨가 외환은행 불법 매각과 수익률 조작으로 업무상 배임, 조세포탈, 횡령 등 혐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대법원이 2010년 이씨에게 소득세 78억원을 우리 국세청에 내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그는 2017년 8월 이탈리아에서 체포됐지만 우리 법무 당국이 늦게 인지하는 바람에 현지에서 석방됐다.

법무부는 지난해 새 지휘부가 들어선 뒤 론스타 사건을 전면 재검토했고 이씨에 대한 사법 절차도 속도를 냈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아·태 지역 형사사법포럼' 참석했을 때 미국 법무부 고위급 대표단과 양자 회의를 하고 이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요청했다. 법무부는 또 이씨의 최신 미국 소재지 자료를 분석해 미국 당국에 제공했고 미국 뉴저지주 연방 검찰청이 이를 바탕으로 이씨를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미국 측과의 긴밀한 협조하에 인도 재판을 진행해 이씨를 신속하게 송환하는 한편 국외로 도피해 사법 정의를 회피하고 있는 범죄인들을 끝까지 추적해 신병을 확보하고 송환하는 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