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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20%대 폭락에도 증권사 리포트는 ‘매수’ 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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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포트 ‘제목 장사’에만 몰두” 비판
영업·투자설명회 등 관계 탓에 매도 의견 내기 어려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연초 대비 주가가 20% 이상 급락한 종목이 속출했다. 그런데 정작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이들 종목을 '더 사라'는 투자의견을 내놔 투자보고서의 신뢰성이 도마에 올랐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웅제약 주가는 연초 15만850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11만6300원으로 내려앉았다. 불과 두 달새 26.62% 떨어진 것이다. 지난 1월 코스피가 상승 랠리를 펼칠 때도 대웅제약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 10일 경쟁 업체인 메디톡스와 보톡스 관련 민사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하루새 20% 가까이 폭락했다.

주가 20%대 폭락에도 증권사 리포트는 ‘매수’ 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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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도 대웅제약에 대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리포트는 '매수' 일색이다. 올 들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등록된 대웅제약 관련 투자리포트 총 29건 모두 투자의견 '매수'를 내놨다. '중립' 또는 '매도'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리포트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소송 리스크가 있었던 데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지 못하는 등 부진이 예상된 상황이었지만 투자자를 향해 경고음을 울린 증권사가 단 한 곳도 없었던 셈이다.


대신 증권사들은 대웅제약의 목표주가는 줄줄이 하향 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마저도 1월까지는 20만원대 목표주가를 유지하다 1심 패소로 주가가 급락하자 '뒤늦게' 줄줄이 주가를 낮춰잡았다. 이와 달리 여전히 현 주가의 2배 수준이 넘는 20만원대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 상상인증권은 대웅제약 목표주가를 25만원(2월8일)으로 제시해 증권사들 중 가장 높았다. 대신증권 23만원(1월17일)·한화투자증권 23만원(1월10일)·DB금융투자 21만원(2월13일) 등을 유지하고 있다.


주가가 급락한 다른 종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연초 대비 약 21% 떨어졌지만, 증권사들이 내놓은 10개 리포트는 모두 '매수'를 권했다. 올 들어 주가가 약 19% 떨어진 LIG넥스원의 경우, 매수 투자의견을 담은 리포트가 9개나 나왔다. 특히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16일과 이번 달 13일 두 차례에 걸쳐 '강력 매수(Strong Buy)' 투자의견을 냈다. '중립' 투자의견이 담긴 리포트는 1개에 불과했다. 연초 대비 주가가 15%대 하락한 CJ제일제당·콘텐트리중앙도 마찬가지로 매수 리포트만 각각 13개, 15개 발표됐을뿐 중립·매도 의견은 0건에 그쳤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에 대해서도 매수 리포트가 수두룩하다.

지난 16일 실적을 발표한 한화솔루션의 경우, 이튿날인 17일 국내 12개 증권사에서 일제히 투자리포트를 내놨다. 역시나 예외 없이 모두 '매수' 의견이었고, 특히 IBK투자증권은 '적극 매수'를 권했다. 그런데 이처럼 매수 리포트가 쏟아진 후 다음 거래일이었던 20일, 한화솔루션 주가는 무배당 이슈가 불거지며 하루새 7%대 낙폭을 보였다.


지금껏 계속 되풀이되는 일이긴 하지만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표하는 리포트를 증권 업계에서조차 신뢰할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국내 한 투자운용업계 대표는 "요즘 증권사 리포트들을 보면 '제목 장사'에만 몰두할 뿐, 심도있는 분석이 담긴 보고서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기관도 아예 안 보거나 (작성자에 따라) 일일이 선택해 보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에 활용할 만한 리포트를 걸러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소속된 연구원들의 사내외 역학적 관계를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매도 리포트'를 솔직하게 적어내기는 어렵다는 푸념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담당 기업에 '매도'의견을 냈다가는 곧바로 해당 기업의 투자설명회(IR) 등 각종 행사에서 완전히 배제당하기 때문에 사실상 (매도 리포트를 내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리서치센터에서 매도 의견을 내면, 같은 증권사 내 판매 부서에서 '어떻게 장사하란 소리냐'며 항의가 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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