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 초토화" 연속 도발 나선 北…노림수는 무엇?
한미 연합훈련 빌미로 ICBM 체계 완성
'식량난 심화'…전쟁 분위기로 내부 통제
"한반도는 물론 인태지역까지 위협 확대"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을 재개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적·기술적 목적이 깔린 것으로 분석했다.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도발의 명분을 쌓으면서 지속적인 미사일 발사로 무기체계를 완성해 나가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아사자가 속출할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해지자 내부 통제효과를 노린 측면도 있을 거라 보는 시각도 있다.
20일 외교안보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7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도발에 나섰다. 북한은 당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한미 연합훈련을 싸잡아 비난했고, 이튿날인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했다. 또 이날 오전에는 '초대형 방사포'라 주장하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동해상으로 쐈다.
연초 내부적인 정치 일정에 주력하던 북한이 도발을 재개한 속내를 추정해볼 수 있는 건 전날부터 연이틀 나온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막말 담화'다.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해 '초강력 대응'을 운운하던 그가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된 담화에선 이례적으로 남측의 미사일 평가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어제 하루 지켜보았는데 추측, 억측, 나름대로의 평가…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며 "우리 미싸일 력량의 준비 태세에 대해 어떻게 하나 평가저하 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고 비난했다. 명령서 하달부터 발사까지 9시간 넘게 소요됐으니 북측이 주장하는 '기습 발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에 일부러 오후 시간대를 고른 것일 뿐이라고 발끈한 것이다.
"北 ICBM 미완성"…도발 통해 무기체계 완성할 듯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무기체계가 여전히 '미완성'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3번밖에 발사하지 않은 화성-15형은 무기체계로서의 실효성이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기권 재진입 기술 역시 정상각도로 발사할 때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김여정이 담화에서 남측 공군기지당 방사포탄을 4발씩 할당해 놨다는 말도 그저 주장일 뿐 전략자산 출격에 반발하는 선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북한의 속내는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지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 ICBM 무기체계를 완성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여정의 담화를 보면 화성-15형의 기술적 문제 등을 자세히 설명했는데 구체적 증거가 없는 해명일 뿐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자세한 반박은 오히려 기술력의 한계를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에 대응하겠다는 명분으로 긴장을 조성하면서 ICBM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구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발사 지연'을 꼬집는 남측 전문가의 평가에 이례적으로 공개 반론을 제기한 건 핵무기 운용체계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겼을 거란 시각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여정이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해명한 건 핵무기 명령 및 집행의 체계, 운용성이 정규화돼 있다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라며 "이를 통해 대미 억제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사자 속출"…식량난 심화되자 내부 통제 노렸나
일각에선 북한이 내부적인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굶어죽는 인민들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주민들의 동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건 북한이 통상적으로 해오던 행태다.
이 같은 분석의 근거로 박원곤 교수는 '달라진 명분'을 지목했다. 한미가 본격적으로 연합훈련 대비태세를 강화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당시 북한은 연합훈련을 트집 잡으면서도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자위적 행동'이라는 명분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올 들어서는 일련의 담화를 통해 한국과 미국을 집중적으로 적대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상황은 그대로인데 명분이 달라졌다는 건 그만큼 내부 사정이 쉽지 않다는 걸 반증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앞선 목적들은 물론 내부적인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상대방의 적대적 행위에 당국이 대응하는 것'이라는 명분으로 긴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내부 식량사정이 심각하다는 걸 자인했다. 지난 연말에 이어 불과 2개월 만인 이달 하순 '농업 문제'를 단일의제로 한 당 전원회의 재소집을 예고한 것이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군인에게 배급되는 곡물량을 줄였고, 함경도를 비롯한 각지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을 통해 "관계기관 간에 북한의 식량 사정 평가를 긴밀히 공유한 결과,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같은 관측을 인정했다.
인도·태평양까지 위협…'중거리 미사일' 주력 전망
이 때문에 북한은 향후 '릴레이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는 22일(미 현지시간)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시작으로, 내달 중순 예정된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까지 북한의 도발 명분으로 삼고있는 군사 일정이 예정됐다.
특히 김여정 부부장이 이날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하는 빈도 수는 미군의 행동 성격에 달려 있다"고 위협한 점을 미뤄볼 때 전략도발의 범주가 한반도에서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거리보다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집중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여정의 담화에서 '태평양을 향한 무기'는 중거리급 이상의 미사일을 의미한다"며 "미군의 행동 성격을 조건부로 달았지만, 사실상 중거리급 이상의 미사일을 다수 발사하겠다고 예고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응 상황을 '국가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관계', '어떤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라고 언급한 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경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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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한의 행보에 대해 "이달 하순 당 전원회의에선 농업 문제를 단일 안건으로 정한 만큼 '내치'와 '군사적 대응'을 분리해 투 트랙으로 가져갈 것"이라며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고체형 ICBM을 위한 연소시험, 액체 ICBM 정상각도 발사, 정찰위성을 위한 로켓 발사, 무인기 도발 등 수위를 높여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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