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환급' 폐지하자…'쇼핑1번지' 위상도 흔들리는 런던

美·중동 발길 줄어…파리·밀라노 반색
특히 英 매출 의존도 높은 브랜드 타격

파리, 밀라노와 함께 ‘명품 쇼핑 1번지’로 불리는 런던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부가세 환급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부터 쇼핑을 하러 런던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반면 런던과 함께 대표적인 쇼핑 도시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엔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몰렸다.

이러한 현상에는 영국 정부의 외국인 관광객 '부가세 환급 폐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연간 20억파운드(약 3조원)에 달하는 공공비용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20년 말부터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쇼핑 면세 규정을 폐지한 바 있다.

WSJ은 “런던은 유럽 주요 관광도시 가운데 관광객이 20%에 달하는 부가가치세(VAT)를 돌려받지 못하는 유일한 곳이 됐다”고 전했다.

명품 매장이 즐비한 영국 런던의 뉴본드스트리트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전세계가 엔데믹 국면에 들어서면서 유럽의 관광 산업도 다시 활발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환급 분석업체 '글로벌 블루'에 따르면 올해 1월 유럽을 방문한 미국 관광객들의 VAT 환급금은 2019년 1월과 비교해 297% 폭등했다. 같은 기간 중동 관광객들의 환급금도 224% 올랐다.

더욱이 올여름엔 국경 개방으로 명품 시장의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유럽을 대거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영국인들은 인근 유럽연합(EU) 국가로 건너가 면세품에 큰돈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영국 내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와 고급 백화점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루이비통, 구찌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다른 유럽 국가에도 대형 매장을 두고 있는 만큼 런던 매출이 줄어드는 데 크게 개의치 않는다.

반면 영국 브랜드 멀버리는 세금 규정이 바뀌기 전까지 매출의 절반이 런던 명품 쇼핑가 뉴 본드 스트리트 매장에서 나왔으나, 현재 해당 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런던 내 명품 소매업체들은 영국 정부에 면세 규정을 되살려달라고 로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런던의 부동산 시장도 타격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에 따르면 지난해 런던 뉴 본드 스트리트는 세계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쇼핑가 3위 자리를 이탈리아 밀라노 비아 몬테나폴레오네에 넘겨줬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