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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가장납입·부정등록 업체라도 공사 하자 없다면 사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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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자본금 납입과 건설업 등록 과정에 문제가 있는 회사가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채 하도급을 받아 공사를 했더라도 공사에 하자가 없어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각 위반 행위에 대해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 내지 제재받는 것과는 별개로 사기죄 성립에 필요한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및 국가기술자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체 대표 A씨(64)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데에는, 사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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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전문건설업 자격이 없는 업체를 운영하면서 다른 건설업체가 따낸 교량 가설을 하도급받아 특허 공법으로 공사를 시행한 혐의를 받았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전문공사를 도급받는 회사는 해당 전문공사를 시공하는 업종을 등록해야 하고, 발주자는 공사내용에 상응하는 업종을 등록한 건설업자에게 도급해야 하고, 수급인은 공사내용에 상응하는 업종을 등록한 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해야 한다.

그런데 A씨가 설립한 회사는 설립 자본금을 가장납입하고, 자격증 대여자를 보유 건설기술자로 등록하는 등 자본금 요건과 기술자 보유 요건을 가장해서 전문건설업을 부정 등록한 무자격 건설업자로 전문공사를 하도급받을 수 없음에도, A씨가 발주기관과 하도급공사에 관한 특허 사용협약을 체결하고, 수급인과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마치 전문건설업을 정당한 방법으로 등록한 건설업자인 것처럼 행세해 기망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었다.


또 A씨는 지방자치단체 주무 사무관으로부터 특정 특허 공법의 견적가가 가장 높다는 정보를 전해 들은 뒤 이미 제출한 견적가를 다시 재조정, 조작해 공사를 하도급받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자본금이나 국가기술자격 보유 요건을 충족한 것처럼 발주기관인 지방자치단체나 공사를 낙찰받은 회사를 기망했다고 판단, 사기죄 유죄를 인정했다.


공사 도급계약이나 하도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건설산업기본법이 정한 자본금이나 자격 보유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는 중요하게 고려되는 사항이고, 만일 이 같은 사실을 미리 고지받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기 때문에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은 기망이며, 계약 체결뿐만 아니라 대금을 지급한 것 역시 이 같은 기망에 따라 이뤄진 처분행위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먼저 행정법규 등을 위반한 사실만으로 곧바로 기망행위가 있다고 인정해선 안 된 다는 대법원 판례를 원용했다.


앞서 대법원은 "사기죄의 보호법익은 재산권이므로, 기망행위에 의해 국가적 또는 공공적 법익이 침해됐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라며 "도급계약이나 물품구매 조달계약 체결 당시 관련 영업 또는 업무를 규제하는 행정법규나 입찰 참가자격, 계약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사정이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그 위반으로 말미암아 계약 내용대로 이행되더라도 일의 완성이 불가능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그 위법이 일의 내용에 본질적인 것인지 여부를 심리·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하도급받거나 물품구매계약을 체결해 시공 또는 납품한 3건의 교량 가설공사는 모두 정상적으로 준공됐고, 해당 공사에 시공상 하자가 발생했다거나 시공 과정에서 특허공법의 결함이 밝혀진 사실도 없다"며 "피고인이 도급받은 보수공사 또한 모두 정상적으로 준공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금납입 가장행위와 관련해, 납입가장 이후 발주기관이나 수급인과의 사이에 물품구매계약 또는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인의 회사가 자본 잠식 상태에 있었다거나 혹은 자본금 부족으로 인한 경영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과 피고인의 회사가 전용실시권을 보유하고 있는 특허공법에 기술적 문제점이 있다거나, 이들이 특허권을 취득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건설산업기본법의 '건설업 부정등록죄'나 국가기술자격법상의 '자격증 대여 금지 위반죄', 상법상 '가장납입죄' 등은 모두 국가적 또는 공익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들로, 이를 위반할 경우 각 법이 정한 제재를 받는 것은 별론으로, 곧바로 사기죄의 보호법익인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A씨가 체결한 교량 가설공사계약과 보수공사계약은 모두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으로, 계약 당시 국가기술자격증 소지자 전원이 시공에 참여해야 한다거나 하도급 등을 통한 외부 인력의 참여가 엄격히 금지돼 있다는 등의 특별한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A씨가 자본금 납입을 가장했거나, 국가기술자격증을 대여받아 전문건설업 등록을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A씨에게 위 각 공사를 완성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운영하는 회사는 공사 완성의 대가로 발주기관이나 수급인들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것이므로, 설령 A씨가 발주기관 등에게 국가기술자격증 대여 사실이나 자본금의 납입가장 사실을 숨기는 등의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와 공사대금 지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가 주무 사무관으로부터 개략 견적가에 관한 정보를 전해 듣고 견적가를 수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그 같은 사정만으로는 발주기관 계약 담당 공무원에 대해 계약이행능력에 관한 기망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발주기관 또는 수급인들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행위가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로 인한 재물의 편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법상 횡령이나 뇌물 공여 등 A씨의 나머지 혐의들은 원심의 유죄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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