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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비트]전세계서 진행한 실험…코로나는 어떻게 근무공간을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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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시프트② 우리의 일터는 왜 바뀌었나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찐비트 속 코너인 '오피스시프트(Office Shift)'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사무실의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동안 우리가 함께해온 실험을 통해 업무 형태의 답을 모색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찐비트]전세계서 진행한 실험…코로나는 어떻게 근무공간을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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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코로나19가 세계 최대 재택근무 실험을 할 수밖에 없게끔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20년 2월 3일 이렇게 보도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각국 정부들은 잇따라 봉쇄 조치를 단행하고 밀집 금지령을 내렸다.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사무실 문을 닫아걸었다. 한 공간에 모여 일하던 직장인들은 정부와 기업의 정책에 집에 갇혔다. 대신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만남이 곧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공포 속에 전 세계는 아무런 준비 없이 대규모 재택근무(Work from Home·WFH) 실험을 진행하게 됐다. 느닷없는 사태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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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사무실에서 확진자가 단 1명이라도 발생하면 건물 전체를 폐쇄하고 한 공간에 있던 모두가 격리돼야 했다. 같은 해 5월 국내에서 이태원발(發) 코로나19 확산이 있었다. 금방이라도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19 사태는 장기화했다. 각종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했다. 정부도 날이 갈수록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기업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2020년 상반기가 끝날 무렵 국내 기업도 속속 재택근무 체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 韓, 재택·원격근무 비중 1년 새 4.3%→17.4%로

전 세계 대다수 기업은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근무 형태 실험에 동참하게 됐다. 재택근무는 전화, 메신저, 화상채팅까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각에서 이미 실험 중이던 근무 형태였다. 하지만, 이를 도입한 기업과 경험한 직장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일종의 '트리거'가 됐다. 미국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처음 재택근무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1980년이다. 토플러는 제3의 물결인 정보화 혁명이 20~30년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택근무는 이보다도 훨씬 뒤늦은 시점에 강제로 이뤄졌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코로나19 이후 1년여 만인 2021년 3월 내놓은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2분기 전 세계 근로자 가운데 재택근무 근로자 비중은 17.4%, 5억5700만명으로 추정됐다. 전 세계에서 31개국, 각국의 33개 가구를 설문 조사해 전체 노동력에 빗대 예비조사한 결과였다. 코로나19 이전 118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의 비중은 7.9%였다. 여기에는 기능장인, 재봉사와 같은 자영업도 포함돼 있어 이를 제외하고 직장에 소속된 피고용인 중 재택근무하는 비중은 3%에 불과했다고 ILO는 전했다. 이를 고려하면 전 세계 재택근무 근로자 비중은 코로나 이후 여섯 배 가까이 늘었다.


국가별로도 재택근무 근로자 비중이 늘어난 것이 확인된다. 연구단체 WFH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내 재택근무 비중은 팬데믹 이전 4.7%에 불과했지만 2020년 6월경 61.5%까지 급증했다. 이후 조정기를 거치며 비중은 점차 감소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0년 EU 15~64세 근로자의 12.3%가 재택근무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간 5% 수준이었던 수치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EU 내에서는 핀란드(2020년 25.1%)가 가장 비중이 컸고, 뒤이어 룩셈부르크(23.1%), 아일랜드(21.5%), 오스트리아(18.1%)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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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 내 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 결과를 보면 2019년 재택·원격근무를 경험한 근로자 수는 9만500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8월 이 규모는 50만3000명으로 급증했다. 근로시간 단축 근무제, 시차출퇴근제, 선택적 근무 시간제, 탄력적 근무제 등 전체 임금근로자 중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근로자 수는 2019년 221만5000명에서 2020년 289만8000명으로 7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비중으로 보면 전체 임금근로자 중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근로자 비중은 같은 기간 10.8%에서 14.2%로 늘었으며, 유연근무제 유형 중 재택·원격근무제의 비중은 4.3%에서 17.4%로 4배 이상 늘었다.

◆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장기전 됐다

그렇게 시작한 대규모 실험은 금방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국이 장기화하면서 직장인의 일상을 바꿨고 기업과 직장인의 인식마저 바뀌었다. 코로나19에서 알파, 베타, 델타, 오미크론까지 각종 변이 바이러스가 연이어 나오면서 사무실로 돌아갈 시점을 잡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새로운 업무수행 방식은 1~2주 또는 한 달 정도 일시적으로 적용하는 비상근무 체제가 아닌 장기간 적용 가능한 업무 형태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업무 현장에서는 현존하는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비교적 과거와 비슷하게 업무가 진행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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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 애플의 사례를 보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2020년 3월 초 직접 전 세계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한다는 메모를 보냈다. 쿡 CEO가 처음 언급한 재택근무 적용 시기는 일주일(3월 9~13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팬데믹 상황이 지속됐고 이 조치는 연장될 수밖에 없었다. 같은 해 12월 쿡 CEO는 직원들과의 가상 타운홀미팅에서 2021년 6월까지 대부분의 직원이 사무실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재택근무 적용 시기를 6개월 정도로 본 것이다. 이후 애플은 2021년 7월 사무실 출근을 추진했으나 델타 변이가 확산하자 재택근무 기간을 연장했다. 6개월 뒤인 2021년 12월에는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또다시 사무실 복귀 시점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국내 대기업들은 '사내 방역 조치'를 발표하며 상황을 관리했다. 특히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변화에 맞춰 전 직원 내 재택근무 인력 비중을 조정하고, 대면 회의와 교육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수를 제한했다. 직원들이 활발하게 이용했던 피트니스센터나 휴게 공간도 이용 여부가 정부의 조치에 따라 달라졌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일절 중단했던 국내외 출장의 경우 팬데믹 상황에 따라 제한 조치를 해제하거나 강화하는 '고무줄식 대응'으로 대처했다. 과거에는 반드시 대면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출장 중 일부는 화상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국내외 재택근무 근로자 비중은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이후 어떻게 변화했을까. WFH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중 완전 재택근무를 하는 비중은 2020년 초 60%까지 급증했다가 이후 2021년 초 37% 수준으로 떨어졌고 2023년 1월 현재 30% 내외를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내 완전 재택근무 비중은 30% 선에서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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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흐름이 조금 다르다. 한국의 재택·원격근무 근로자 비중은 2020년 17.4%에서 2021년 32.3%로 급증했고 2022년 27.5%로 소폭 줄었다. 2019년 9만5000명 수준이었던 재택·원격근무 근로자 숫자는 2021년 114만 명까지 늘었다가 2022년 95만6000명으로 감소했다. 2020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2021년 정점을 찍고 이후 줄어드는 모습이다.

◆ '대퇴직' 시대…실체 드러낸 재택근무 요구

코로나19 시대에 탄생한 신조어 ‘대퇴직(Great Resignation)’은 유연한 근무 공간에 대한 근로자의 니즈를 가장 잘 드러낸 현상이었다. 조직 심리학자인 앤서니 클로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부교수(당시 텍사스 A&M대 부교수)가 2021년 5월 이 단어를 처음 제시했다. 이는 근로자들이 대거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현상으로, 미국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미국 노동통계국(USBLS)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해 11월 비농업 퇴직자 규모가 450만 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대 규모이며 미국 전체 노동자의 3%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클로츠 부교수가 2021년 5월 워싱턴포스트(WP) 방송에 나와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이 현상은 팬데믹과 관련해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고 ▲번아웃에 시달렸으며 ▲삶에 대한 인식 전환을 겪고 ▲재택근무에 적응해 사무실 복귀를 원치 않는 근로자들이 회사를 나오면서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에 따른 고용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힘의 균형이 고용주가 아닌 피고용인에게로 향했다. 자연스레 근무 공간과 시간의 유연성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인재 확보가 최대 과제였던 기업들은 구직자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2022년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며 IT 업계의 정리해고 바람이 불기 전까지 이러한 현상은 지속됐다.


슬랙의 연구 컨소시엄 퓨처포럼이 2021년 7~8월 미국, 호주,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등 5개국의 지식근로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근무지의 유연성을 원하는 응답자는 76%, 근무 시간의 유연성을 원하는 응답자는 93%나 됐다. 댄 케이블 런던정경대 교수는 내부 소식지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이에게 팬데믹은 새로운 업무수행 방식을 알아볼 기회를 제공했고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성과가 좋은지를 알아낼 수 있게끔 했다"면서 "우리가 알게 된 이러한 점을 반영하지 않은 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엄청난 불안을 야기한다. 리더가 이를 무시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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