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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비트]달라진 사무실 풍경…지금 왜 실험을 시작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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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시프트① 코로나19가 바꾼 혁명적 문화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찐비트 속 코너인 '오피스시프트(Office Shift)'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사무실의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동안 우리가 함께 해온 실험을 통해 업무 형태의 답을 모색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콘텐츠가 될 것 입니다.
[찐비트]달라진 사무실 풍경…지금 왜 실험을 시작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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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1. "재택? 아, 오늘은 아니야?" 올해 1월 평일 오후, 버스에서 6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던 중 이렇게 묻는 모습을 목격했다.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단어 '재택'은 재택근무를 줄인 표현이며, 상대방에게 집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물은 것이다. 어색한 단어를 사용할 때 으레 보이는 쭈뼛거리는 모습은 없었고, 평소 쓰지 않는 단어를 꺼낼 때 생기는 1초의 공백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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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22년 9월. 수개월 전까지 직장인 생활을 하다가 스타트업 대표가 된 30대 A씨가 "직원들이 뭘 하는지 보이질 않아서 이젠 답답하더라"고 토로했다. 그는 자신이 직원으로 일할 땐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면 상사가 계속 연락하는 것에 불만이 컸는데, 이제는 자신이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일을 하고는 있는 건지,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막상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3. 국내 IT 기업을 다니는 B씨는 회사가 올해 1월 재택근무를 사무실 근무 체제로 전환한다는 소식을 듣고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재택근무 체제에서도 회사 매출은 늘고 노트북 하나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퇴근을 해도 사실상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집에서 야근을 하고 있는데 갑작스레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결과물만 내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비합리적인 요구는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사무실 풍경과 근무 문화를 혁명적으로 바꿨다. 위 사례는 최근 반년 동안 기자가 재택근무와 관련해 경험한 것들이다.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라는 단어가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 전염병 확산이라는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를 계기로 사무실로 출근하던 직장인이 집에서 일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단기간 일시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여겼던 코로나19 초기를 지나 어느덧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전 세계는 실험에 참가했다. 이를 통해 개념조차 잡히지 않았던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근무 방식은 가능성의 영역을 넘어 현실화했다.


문제는 현장에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국내외에서 재택근무를 축소한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전염병 확산이라는 비상사태가 마무리 됐으니 코로나19 이전처럼 사무실로 돌아오라는 조치였다. 혁신적인 근무 형태를 도입하기로 유명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조차 경기 침체 우려에 잇따라 정리해고를 단행하며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근무 형태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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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하는 '오피스 퍼스트(Office First)' 정책을 도입한다고 선언한 카카오에서는 회사와 직원들이 충돌했다. 회사 발표 이후 한달 만에 카카오 노동조합 가입률은 40%에서 50% 수준으로 급증했다. 노조는 "일방적이고 원칙 없는 근무제 변경과 그에 따른 근무환경의 불확실성"에 직원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근무제 전환 결정이 "원칙 없는 비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등에서 벌어졌던 사무실 복귀를 둘러싼 회사와 직원 간의 충돌이 국내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부터 사무실 복귀를 추진해왔던 미국에서는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근무'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20년 가까이 연구해온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에게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요구하는 것과 주 5일 모두 사무실로 나오라고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면서 "완전 사무실 복귀를 요구하는 주요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1월 사무실 복귀를 선언한 스타벅스는 직원들에게 주 3일을 현장에 출근하라고 지시했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팀에서 정한 다른 요일 등 일주일 중 3일을 미국 시애틀 본사로 출근하도록 했다. 디즈니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일주일 중 나흘을 사무실에서 보내도록 했다. 금요일 하루는 재택근무하라고 했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도 화·수·목요일의 사무실 복귀를 명했다. 주 5일 전체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발표한 기업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는 트위터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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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혼란 속에서 들여다봐야할 핵심은 바로 근로 환경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근로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과 웰빙 등에 더 큰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로 환경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이뤄진 만큼 과거와 같은 근무 형태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근본적인 노동시장의 시대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기존 직장인들과는 가치가 다르다는 MZ세대의 등장이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Z세대가 성장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Z세대는 2025년 OECD 국가 직장인의 27%를 차지할 전망이다. 직장 내에서 MZ세대와 기성세대가 충돌하는 사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쏟아지고 있다.


기업 현장에서 적절한 근무 형태는 무엇일지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단순히 재택근무를 도입한다, 며칠 간 재택근무를 한다는 등의 결정이 아니라 업무 환경을 세부적으로 톺아보고 효율성과 생산성, 직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근무 환경의 변화를 만들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근무 환경은 어떻게 변했는지, 우리가 그동안의 실험을 통해 확인한 사실은 무엇이고 향후 변화가 필요한 사항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것은 단순히 근무 환경에 대한 고찰을 넘어 우리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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