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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K클래식 (feat. 국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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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지난 설 연휴, 암트랙 기차를 타고 필라델피아를 다녀왔다. 한국이 자랑하는 클래식 스타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프로그램은 언젠가 조성진이 한 인터뷰에서 30대가 되면 치고 싶다고 했던, 브람스였다. (94년생인 조성진은 올해 한국식 나이로 30세가 됐다.)


관객들로 가득한 버라이즌 홀에는 조성진의 입장과 함께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모두가 침도 삼키지 않고 숨을 죽인 채 그의 움직임 하나만을 주시하는 듯했다. 아련한 혼소리가 울려 퍼지고, 마치 대화를 나누듯 피아노 연주가 시작된 후에야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조성진의 공연을 보기 위해 뉴저지주에서 왔다는 교민 릴리 리씨는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올 것 같은 박수와 감탄을 참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모든 악장의 연주가 끝나고 박수를 쳐야 한다는 공연 에티켓을 무시하고 싶은 순간순간이 분명 내게도 있었다. 우레와 같은 기립 박수, 앙코르를 외치는 수많은 관객을 보며 같은 한국인으로서 울컥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게 바로 '국뽕'이라는 것인가.


[뉴욕다이어리]K클래식 (feat. 국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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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 소식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클래식 팬들에게도 주요 관심사다. 최고 권위의 대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기록은 분명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난겨울 뉴욕 카네기홀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던 60대 클래식 팬 브라운 씨는 한국에서 왔다는 내 말에 “조성진의 4월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며 “(그의 연주는)깊으면서도 감미롭고 웅장하면서도 날카롭다. 한국은 보물을 가졌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오는 4월 뉴욕을 찾아 카네기홀에서 헨델과 브람스, 슈만의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은 또 다른 한국인 클래식 스타도 등장했다.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다. 작년 말 임윤찬과 뉴욕 필하모닉의 5월 협연 소식을 듣자마자 부랴부랴 티케팅 창을 열었지만, 예약 가능한 자리는 없었다.

그가 콩쿠르에서 선보인 연주가 전 세계를 얼마나 놀라게 했는지를 떠올리자면 이러한 매진 소식은 당연하기까지 하다. 프로그램도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022년 세계 10대 클래식 공연’을 뉴욕필과 함께 다시 선보인다니, 그 자리에 있을 뉴욕 클래식 팬들에겐 분명 황홀한 순간일 것이다. 임윤찬은 최근 영국 위그모어홀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하며 콩쿠르 위너로서 월드 투어도 본격화했다. 더 타임스는 그의 공연에 이례적으로 별점 5개를 부여했다고 한다.


조성진, 임윤찬뿐일까. 2022년은 젊은 한국인 연주자들이 세계 정상급 콩쿠르를 잇달아 석권하며 'K-클래식'이라는 말이 쏟아진 한 해였다.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K-클래식'의 비결을 담은 다큐멘터리('K 클래식 제너레이션')도 나왔다. 감독인 티에리 로로씨는 지난 12개월 동안 몬트리올·부조니·퀸 엘리자베스·반 클라이번 등 4대 대회에서 우승한 연주자들이 모두 한국인이라며 “클래식의 미래가 한국에 있을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K-팝, K-드라마, K-푸드에 이어 이제 K-클래식까지...K 수식어가 지나친 국뽕이라거나 지겹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국뽕이면 어떠한가. 그리고 정말 국뽕일 뿐인가. 전 세계 경제 문화 중심지인 뉴욕에서 이처럼 한국인의 활약을 마주할 때마다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얼마나 세졌는지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또한 이는 고스란히 국력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제조업 강국 한국이 그토록 부르짖었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바로 이 문화산업이다.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쌓아갈 K-클래식의 미래를 더 기대하고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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