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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 1만여 팬클럽 "그랜드 슬램도 좋지만 '행복 골프'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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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 팬카페 '플라잉 덤보' 매니저 인터뷰

25일 기준 회원수 1만명 돌파
"여유 있는 성격, 포용심 매력"

전인지의 또 다른 이름은 ‘덤보’다. 덤보는 디즈니 만화영화에 나오는 아기 코끼리다. 큰 귀를 펄럭이며 하늘을 날고, 궁금한 게 있으면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한다. 손목 각도부터 시선 처리까지, 레슨 도중 이것저것 캐묻는 그녀의 모습은 덤보를 똑 닮았다. 그녀의 ‘10년 스승’ 박원 플레이 코치가 지금의 별명을 붙여줬다. 팬클럽 이름은 ‘플라잉 덤보’. 2013년 설립된 이 팬카페는 25일 기준 회원 수 1만명을 넘겼다. 여자 프로 골프 팬클럽 가운데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규모다. 호기심 가득한 그녀가 훨훨 날았으면 하는 팬들이 모인 지 올해로 딱 10년째다.


플라잉 덤보는 유난히 남성 팬 비율이 높은 팬덤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여성스러운 외모도 외모지만, 여유 있고 포용적인 성격이 많은 팬을 사로잡았다. 2019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당시, 마셜 캐디가 카메라 셔터음을 낸 갤러리를 저지하려고 하자 ‘괜찮다’며 다가가 사진을 찍도록 허락한 일화는 유명하다. 여기에 작년에 열린 KB금융 스타챔피언십 당시엔 캐디에게 두 손으로 퍼터를 건네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 화제가 됐다. ‘전인지를 설명하는 한 컷’이라는 제목의 사진은 한동안 인터넷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2022년 전인지 전시회에서 열린 '덤보 데이'에 카페 회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은정 매니저]

2022년 전인지 전시회에서 열린 '덤보 데이'에 카페 회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은정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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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플라잉 덤보 팬클럽 매니저는 26일 아시아경제와 만나 "전인지는 한번 본 팬들은 잘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선수"라고 말했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든 웃으며 인사하고 다시 마주칠 땐 꼭 안부를 물었다. 김 매니저는 "건강이 안 좋을 때 모자를 쓰고 송년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이 모습을 잊지 않고 다음번에 ‘건강은 괜찮냐’고 챙겨주는 모습에 감동했다"며 "골프채도 잡아본 적 없던 내가 겸손하고 배려심 있는 ‘덤보’의 모습에 푹 빠지게 된 계기"라고 회상했다.


어려울 땐 선수에 대한 애정으로 더욱 똘똘 뭉쳤다.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전인지는 한동안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015년 US 여자오픈,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등 메이저 3승을 포함해 통산 4승을 올린 후 한동안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해서다. 2018년 10월 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이후 무려 3년 8개월 동안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드디어 우승의 기회를 잡았다. 당시 전인지는 1, 2라운드에서 연속 선두를 지키며 우승에 한발짝 다가갔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 3타를 잃으며 막판까지 2위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3시가 넘어가는 야심한 밤, 팬들은 밤잠도 잊은 채 카페 ‘응원방’에 실시간으로 리더보드를 공유하고 댓글을 남기며 응원전을 펼쳤다. 현지에 있는 외국 팬들은 ‘문자 중계’로 상황을 알리며 힘을 보탰다. 김 매니저는 "당시 경기 마지막까지 심장이 쪼그라드는 심정으로 지켜봤다"며 "우승을 확정한 다음 날, 다 같이 눈이 팅팅 부은 채 출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아쉬움도 있었다. 기세를 몰아 8월 AIG 위민스 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도전했지만,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며 공동 2위에 그쳤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은 셰브런 챔피언십, US여자오픈,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에비앙 챔피언십, AIG 여자오픈 등 5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4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뜻한다. 골프 선수에겐 최고의 커리어로 여겨진다. 전인지가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성공하면 아시아 선수로는 박인비에 이어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2018년 KEB 하나챔피언십에서 전인지가 우승하자 카페 회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은정 매니저]

2018년 KEB 하나챔피언십에서 전인지가 우승하자 카페 회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은정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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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에 대한 갈망과 부담감은 ‘화가 전인지’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달 전인지는 박선미 작가와 함께 ‘앵무새, 덤보를 만나다’ 전시회를 열고 작품을 선보였다. 우승에 대한 조바심,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한 열망, 골프 인생에 대한 고민 등 심리적인 불안함을 그림을 통해 해소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팬들을 위한 일명 ‘덤보데이’도 열었다. 그녀가 직접 도슨트로 변신해 팬들에게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매니저는 "골프 선수로서 느낀 고민이 그림에 녹아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기도, 짠하기도 했다"며 "바쁜 와중에도 팬들을 위해 시간을 마련해준 덤보가 고마웠다"고 강조했다.


올해 전인지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향한 도전을 이어간다. 그러나 팬들의 목표는 다르다. 그랜드 슬램도 좋지만, 무엇보다 전인지가 ‘행복 골프’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김 매니저는 "목표에 대한 갈등이 깊으면 은퇴 시기가 빨라질 수도 있다"며 "덤보가 진정으로 행복하게, 오래도록 골프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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