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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개혁엔 편향을 걷어낸 공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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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 사용하는 개념이었으나 행동경제학의 주요 주제로 자리 잡은 휴리스틱(heuristics)은 시간이 없거나 관련 정보가 제한적인 탓에 꼼꼼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경우 빠지기 쉬운 편향(bias)의 오류를 의미한다. 비합리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의 오류로 발생하는 각종 현상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개념 중 하나로 꼽힌다.


흔하게 발견되는 편향으로 고착성(anchoring) 휴리스틱이 있다.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장점을 자연스럽게 찾는 반면 단점은 찾지 않으려 하고, 싫어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장점보다는 단점에 주목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결과적으로 같은 대상에 대해 완전히 다른 판단과 행동이 전개된다.

계묘년 새해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부터 내건 각종 개혁 드라이브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윤 정부는 공정과 상식 그리고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슬로건에 기초해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 건강보험개혁, 서비스개혁 등을 과제로 선포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잇달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법이 1960~1970년대 공장시대의 법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업고 부패 방지와 투명성 강화 명분도 보탰다. 이어 제시한 교육개혁에는 ‘자율’과 ‘경쟁력 강화’를, 건보개혁에는 ‘반포퓰리즘’을 기치로 삼았다.


그러나 강력한 개혁의 의지에 비해 국민적 공감대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국정수행 평가가 상승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여당은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국민이 여전히 50%(2022년 12월26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대화와 소통으로 설득과 숙의 과정을 충분히 거치기보단 부정적인 이미지를 앞세워 특정 집단의 행태와 사례를 개혁 드라이브의 동력으로 삼은 탓이다.

무엇보다 법치주의를 앞세워 개혁 대상의 불법행위에 초점을 맞췄다.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정치적 불법행위’로 규정하는가 하면, 건보개혁과 관련해선 소수 의료소비자의 도덕적 해이와 외국인이 시스템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소수의 행태와 사례가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테일 리스크’로 작동해 평균의 시각과 거리가 먼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자연스럽게 개혁의 담론은 ‘탄압’, ‘주 69시간 노동’, ‘보장성 축소’ 논란으로 흐르고 있다. 개혁에 대한 다수의 심리적 거부감이 부각되면서 담론은 더욱 거칠어질 전망이다. 휴리스틱에 기반한 결정은 다수의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또 다른 편향으로 이어져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배가시키기 마련이다. 예상 가능한 갈등과 충돌을 최소화하는 상호 공감과 소통의 과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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