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꿈의 에너지, 인공태양 첫 발 뗀 '핵융합'은?
원소 융합해 에너지 얻는 기술
원전보다 폐기물 적고 안전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미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가 핵융합 발전의 중대한 이정표를 세워 주목받고 있다. 핵융합 발전은 초고온 플라스마를 발생시켜 전력을 얻는 기술로,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구현돼 ‘인공태양’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 원자력 발전과 달리 폐기물, 사고 위험도 현저히 적어 '꿈의 청정에너지'로 손꼽힌다. 전 세계 과학계는 핵융합을 현실화하기 위해 무려 90년 가까이 연구에 매진해 왔지만, 여전히 다양한 난제를 맞닥뜨린 상태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정부 산하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핵융합로 연구 기관 '국립점화시설'(NIF) 연구팀이 '핵융합 점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핵융합 점화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데 소모된 에너지보다 반응로가 생산한 에너지가 더 많은 상태임을 뜻한다. 그랜홈 장관은 핵융합로의 상업적 이용까지는 여전히 먼 길이 남아있지만, 실험용 핵융합로가 순 에너지를 달성한 것에 대해서는 "획기적 성과"라고 강조했다.
꿈의 청정에너지…'인공태양' 만드는 게 관건
그랜홈 장관이 치켜세운 핵융합은 수소를 비롯한 가벼운 원소들이 합쳐지는 물리 현상을 뜻한다. 가벼운 원소가 합쳐져 더욱 무거운 입자가 되면 그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데, 이를 전력원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 '핵융합로'다.
현재 원자력 발전소에서 쓰이고 있는 '핵분열'과도 차이가 난다. 원자핵이 쪼개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식이 핵분열인데, 핵융합은 핵분열보다 같은 질량 대비 훨씬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다 핵분열보다 훨씬 적은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게 특징이다. 핵융합 발전을 꿈의 청정에너지로 꼽는 것도 이 특성 때문이다.
핵융합은 자연에서도 발견된다. 태양이 대표적이다. 태양은 수소, 헬륨 등으로 구성된 별인데 내부의 강한 중력 때문에 이 물질들이 '플라스마' 상태를 이룬다. 이 플라스마가 연속해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태양은 수십억년째 엄청난 빛과 열을 내뿜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 핵융합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핵융합로도 이같은 플라스마를 모방해 열에너지를 얻고자 한다.
관성 가둠 vs 자기 가둠…90년 가까이 연구개발 지속
1934년 영국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세계 최초로 핵융합 실험에 성공한 뒤로 각국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핵융합로를 개발해 왔다. 오늘날 핵융합 방식은 크게 두 개로 양분되는데, 관성 가둠(inertial confinement)과 자기 가둠(magnetic confinement)이다.
관성 가둠은 중수소, 삼중수소 등 핵융합 반응의 '연료'라 할 수 있는 입자를 캡슐에 담은 뒤, 그곳을 향해 강력한 레이저를 쏴 초고압·초고온 상태로 만들어 플라스마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이번 미국 연구소의 실험이 관성 가둠 방식의 대표적 사례로, 2.05메가줄(MJ)의 레이저를 발사해 3.15MJ의 핵융합 에너지를 얻었다.
반면 자기 가둠은 '토카막 장치'라고 불리는 기기를 사용한다. 주로 도넛 모양의 원통인데, 초전도체와 코일을 이용해 내부에 자기장을 생성해 플라스마를 오랜 시간 붙잡아두는 방식이다. 유럽 합동 프로젝트 ITER, 영국의 JET과 MAST, 한국의 K-STAR 등이 모두 토카막을 이용한 자기 가둠 핵융합로다.
관성 가둠과 자기 가둠 모두 한계점이 있다. 우선 관성 가둠은 플라스마를 유지하기 위해 192개의 강력한 레이저를 끊임없이 한 곳에 쏴야 한다. 그러나 190여개의 고(高)에너지 레이저를 한 점에 균일하게 집중시키고, 또 그런 환경에서 높은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는 일은 현재의 레이저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NIF 연구팀도 미 언론과 인터뷰에서 "과학뿐 아니라 기술적인 장애물이 있다"고 시인했다.
한편 자기 가둠은 상대적으로 플라스마를 수월하게 붙잡을 수 있지만, 문제는 토카막 내 플라스마가 흔들리는 등 약간이라도 불안정해지면 곧바로 붕괴한다는 문제가 있다. ITER의 25분의 1배에 불과한 소형 토카막 장치인 한국 K-STAR도 지난해 시운전에서 약 30초가량 플라스마를 유지하는 선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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