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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진화 도운 외지인 폭행치사 … 49명 사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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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알제리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사건의 발단
화가인 자원봉사자 방화범으로 오인해 주민들이 집단 폭행

산불 진화를 도우러 갔다가 방화범으로 오인돼 집단 폭행 당한 끝에 숨진 자멜 벤 이스마일. 사진=연합뉴스

산불 진화를 도우러 갔다가 방화범으로 오인돼 집단 폭행 당한 끝에 숨진 자멜 벤 이스마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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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산불 진화를 도우러 온 외지인을 방화범으로 오인해 집단폭행을 가해 끝내 숨지게 만든 알제리의 한 마을 사람들이 무더기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알제리 법원은 자멜 벤 이스마일(38)을 집단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49명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며 이들과 함께 범행에 가담한 38명에겐 2~12년 형을 내렸다. 하지만 알제리에서는 수십 년째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어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실제로는 종신형을 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비극적인 죽음의 발단은 지난해 8월 알제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었다. 당시 북아프리카 국가인 알제리에서는 이상 고온으로 전국적으로 산불이 번졌다. 북부 산악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이 폭염과 강풍 속에 며칠째 퍼져나가 산불 피해지역은 17개 주에 달했다. 이 때문에 민간인은 물론 진화 및 구조 작업에 투입됐던 군인 등 90여명이 숨졌다.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부족한 식량과 의약품 지원 등 도움을 요청하는 글들이 이어졌고, 정부는 의료계 종사자 등에게 자원봉사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화가였던 이스마일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친구들이 불을 끄는 것을 도와주려 한다"는 글을 남기고 자신의 집에서 320㎞ 떨어진 동북부 카빌리 지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스마일이 도착한 마을에 산불이 옮겨붙었는데, 현지 주민들은 외지인이라는 이유로 그를 방화범으로 몰아세웠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경찰서 안에 피해 있던 이스마일을 밖으로 끌어내 잔인하게 폭행했다. 그는 결국 마을 중앙 광장에서 숨졌다. 심지어 이들 폭도 중 여성 3명과 남성 1명은 이스마일의 사체를 칼로 훼손했기까지 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성난 폭도들은 사체에 불을 붙이는 끔찍한 만행까지 저질렀다. 사건 직후 SNS에는 마을 주민들이 집단 폭행을 저지르는 영상이 올라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 영상은 역으로 경찰이 마을 사람들 가운데 누가 범인인지 식별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스마일의 가족은 영상 촬영을 하고 있을 당시 그를 구하지 못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이 사건은 카빌리 지역 분리 독립운동 단체인 'MAK'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2019년에 장기 집권한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전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데 일조한 민주화 운동의 마지막 보루였는데, 알제리 정부는 MAK를 산불의 배후로 지목했다. 또 MAK의 리더를 포함한 5명이 이스마일의 죽음과 관련해 재판을 받았다. 피고 측 변호인은 "고문으로 자백을 강요했다"며 "이번 재판은 카빌리 주민에게 오명을 씌우기 위한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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