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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비트]'트렌드 역행' 머스크가 트위터서 없앤 다섯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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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RIPTwitter(트위터의 명복을 빕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인수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나선 대대적인 개혁이 트위터라는 기업을 뒤엎었죠. 최근 전 세계적인 업무 혁신 트렌드를 역행해 "고강도·장시간 근무가 싫으면 퇴사하라"고 선언한 머스크 CEO. 그의 갑작스럽고 강압적인 행보에 직원들은 잇따라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직장에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존중, 참여라는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머스크 CEO는 트위터에서 이러한 가치를 담았던 다섯가지, ▲공짜 점심 ▲대량 해고 과정에서의 존중 ▲원격근무 ▲휴일·저녁있는 삶 ▲의견 제시 기회를 속속 없앴습니다.

① 실리콘밸리의 상징 '공짜 점심'을 없애다

'공짜 점심'은 실리콘밸리 기업 복지의 상징인데요. 2000년대 후반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려던 기술 기업들이 먼저 이를 도입했고 다른 업계로 확산했죠. 이 복지는 최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급등에 재택근무하던 직원들을 사무실로 불러내는 유인으로 사용되기도 했어요. 머스크 CEO는 지난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트위터는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식사 서비스에만 연간 1300만달러(약 174억원)를 사용한다. 사무실 출근율은 사상 최대일 때가 25%였고 평균적으로 10%를 밑돈다"면서 이를 없애겠다고 했는데요. 복지를 줄여나가겠다는 선언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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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인 비용 감축에 돌입한 머스크 CEO는 트위터가 이 공짜 식사 때문에 하루에 400만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그의 지적에 트위터 부동산 및 업무 혁신 책임자로 이 업무를 맡다가 퇴사한 트레이시 호킨스 전 부사장은 그의 계산이 잘못됐다면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아침과 점심 식사가 하루 1인당 20~25달러 수준이었으며, 사무실 출근율도 20~50%에 달했다고 말이죠. 호킨스 전 부사장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무료 식사로 직원들이 점심시간 등에도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어요.

② 이메일 한통에 직원 절반이 날아갔다

머스크 CEO는 이달 초 트위터 전체 직원의 절반 수준인 3700명을 대량 해고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6일 "트위터의 정리해고가 사람들을 이렇게 해고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고 평가했는데요. 이메일 한 통으로 해고 소식을 전하거나 공식 해고 통보를 받기도 전에 내부 메시지 채널에 접근을 막아버린 조치가 최악이었다는 것이죠.

해고는 어떤 방식으로 당해도 기분이 좋을 순 없겠죠. 하지만 해고를 해야한다면 적어도 그 소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직원을 존중하느냐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외신들은 트위터의 대규모 해고 방식을 두고 비슷한 시기에 직원 1만1000명을 내보낸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 사례를 비교하곤 했는데요. 블룸버그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사과하며 해고를 당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형태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지점에 주목했습니다.


트위터 직원들이 지난 9일 미국 뉴욕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트위터 직원들이 지난 9일 미국 뉴욕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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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기술 기업들이 잇따라 대량 해고를 단행하고 있죠. 이 과정에서 살펴보면 직원에게 해고 소식을 통보하는 방식은 회사를 떠나는 직원 뿐 아니라 남아있는 직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는데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2018년 보고서를 통해 정리해고로 전체 인력의 1%를 감축할 경우 이듬해 자발적 이직률은 31%나 올라가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어요. 그만큼 정리해고가 기존 조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고, 이러한 측면에서 직원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해고 소식을 전해야하는데, 머스크 CEO의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③ "사무실 안 나올 거면 회사 그만둬!"

코로나19 기간 중 가장 보편적으로 확산한 근무 형태인 원격근무도 트위터에서 사라졌습니다.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직원들에게 주 80시간을 일하라면서 그 중 최소 40시간은 사무실로 나오라고 했는데요. 그는 "사람들이 대면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소통이 잘되고 생산적이라는 것이 내 철학"이라고 강조했어요. 그는 지난 5월에도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서 원격근무를 없애며 "내가 공장에서 공장 근로자들과 함께 근무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테슬라는 오래 전에 파산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제조업체의 공장과 IT 기업의 사무실이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게 된 것이죠.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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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복귀를 둘러싼 경영진과 직원의 갈등은 이미 찐비트에서 여러차례 전해드렸죠? 애플을 비롯한 주요 기술 기업에서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다가 핵심 인력이 속속 빠져나가곤 했었죠.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 관련 연구를 해온 닉 블룸 스탠포드대 교수는 머스크 CEO의 원격근무 폐지 결정이 "대량 해고를 동반해 직원들의 불만을 키울 뿐 아니라 생산성을 떨어트릴 것"이라면서 "여기에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사무실 관련한 비용은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④ 휴일·저녁있는 삶을 잃었다

트위터에서 사라진 건 원격근무 만이 아닙니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 직원들의 휴일과 저녁있는 삶도 빼앗아갔는데요. 앞서 트위터는 코로나19 기간 중 직원들의 번아웃을 피하기 위해 매주 회의가 없는 날을 정했고, 매월 1일을 전사 휴일로 지정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사 휴무일을 머스크 CEO는 없애버렸죠.

그는 또 "획기적인 트위터 2.0을 구축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해 우리는 극도로 하드코어가 돼야 한다. 이는 고강도로 장시간 일하는 것을 뜻한다"면서 이를 원치 않으면 퇴사하라고 했습니다. 그야말로 야근과 휴일 근무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선언을 한 건데요. 한 트위터 관계자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머스크 CEO가 말 그대로 24시간 연중무휴 근무를 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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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직장과 관련해 워라밸을 원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었죠. 올해 대유행한 '조용한 그만두기(Quiet quitting)'라는 단어가 나온 것도 목표 달성을 위해 일에 모든 시간과 정성을 쏟아붓는 '허슬 문화'의 반발심에서 비롯됐습니다. 머스크 CEO는 허슬 문화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직장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변화한 이 때 강도 높은 '머스크식' 업무 강도를 선뜻 받아들이겠다고 답할 직원이 몇이나 있을 지 의문입니다.

⑤ 의견 제시하면 '숙청'

마지막으로 머스크 CEO는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인 의견 제시가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트위터나 기업 메신저에서 자신을 비판한 직원 10여명을 대량 해고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는데요. 대표적으로 '머스크 CEO가 트위터 애플리케이션(앱)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한 엔지니어 에릭 프론호퍼는 트윗을 올린 지 다섯시간 만에 해고됐어요. 블룸버그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숙청(purge)'이라고 표현하고 회사가 숙청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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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는 이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SNS죠. 머스크 CEO는 자신이 '표현의 자유'를 신봉하는 사람이라고 여러차례 공언해왔습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머스크 CEO가 인수하기 전 트위터에는 내부 슬랙 채널이나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때로는 우려나 비판을 공유하는 문화가 있었는데요. 직원들이 경영진을 공개 비판하는 일이 흔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필요할 경우 대화가 오갔다고 해요. 그런데 머스크 CEO가 인수한 이후 트위터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사라졌고 결국 소통 부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이러니하죠?


머스크 CEO의 일명 '최후 통첩' 이후 트위터에서는 직원들의 대탈출(Exodus), 대사직(Great Resignation)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기업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자 머스크 CEO가 한발 물러나 퇴사하겠다는 핵심 인력을 붙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17일에는 원격근무에 대한 입장을 일부 접고 관리자의 승인이 있으면 허용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외신들은 트위터의 서비스가 먹통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어요.


시대는 변하고 직장의 가치 우선순위도 달라지죠. 코로나19 이후 직원들이 생각하는 직장의 모습, 근무 형태는 크게 달라졌는데요. 변화와 트렌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사람, 즉 인재는 떠납니다. 트위터도 마찬가지겠죠. 이번 사태가 트렌드를 역행하려던 머스크 CEO의 가치에도 뒤늦은 변화를 가져다줄까요? 불안이 지배한 트위터에서 남아있는 직원들은 어떤 마음으로 직장을 다니게 될까요? 머스크 CEO와 남아있는 그들이 만들어 나갈 트위터는 어떤 모습일 지 궁금해집니다.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입니다. 팬데믹 이후 조직문화, 인사제도와 같은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외신과 해외 주요 기관들의 분석 등을 토대로 신선하고 차별화된 정보와 시각을 전달하겠습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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