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은퇴 후 살고 싶은 지역이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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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준비를 위한 자금은 얼마가 있어야 하나요?’ 시니어 관련 모임의 단골 질문이다. 우리는 직장 생활을 하는 기간보다 퇴직 후 노후 생활을 하는 기간이 더 길어진 세상을 맞이했다. 그래서 절대적인 수치에 대한 정답이 없다. 50세까지 생활비가 천차만별이었듯이 그간 생활해온 방식과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나이드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라는 책에서 일본 노후설계사 요코테 쇼타는 "60세, 연수입은 절반으로 뚝, 일은 신입사원급으로 돌아가다"라고 말한다.


평생 현역이기만 할 수 있다면 무조건으로 일하고, 자산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절약과 연금저축만이 답인 걸까?

‘어디서’ 사는가를 잠시 바꾸면, 인생 3막에 다양한 길이 펼쳐진다. 생활양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역에는 ‘신중년’이 해볼만한 ‘일거리, 할거리, 놀거리’가 가능하다. 모두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고, 나무를 가꾸지 않아도 말이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그 중 하나다.

작년 초, 제주도 한달살기를 하면서 ‘해녀의 부엌’을 다녀왔다. 해녀의 삶을 담은 공연을 보면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극장형 식당이었다. ‘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인터뷰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3년 평균 예약률 96.8%, 누적 5만명 관람객, 해녀 12명과 청년 12명이 일하는 규모로 성장했단다. 2019년, 어머니를 도와 해녀가 채취한 뿔소라 판매를 위한 판로 개척을 하려던 이하원 대표의 도전에서 출발했다. 버려져있던 공판장을 수리한 후, 예술인이던 대표는 전공을 살려 공연도 하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요리를 내고, 가공식품을 판매한다. 세계문화유산인 ‘해녀’ 문화를 색다른 형태로 전하는 공연만으로도 의미가 있는데, 수익을 낸다. 선한 영향력은 이에 그치지 않고 2호점까지 내고, 해외 진출 계획까지 생겼다. 이 성공 사례 때문에 제주도의 토속 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공연 식당도 등장했다.


그녀가 ‘로컬 크리에이터’인 덕분이다. 이들은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나 자원 등에 특색있는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지역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거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돕는 사람이다. 주로 지자체에서 상권을 활성화하거나 사라져가는 지역 문화를 되살릴 목적으로 발굴해 육성한다. 지원사업도 있는데 지역기반 제조, 로컬푸드, 지역 특화 관광, 지역 거점 브랜드, 지역가치, 자연친화 등의 유형으로 나뉜다. 현재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사회 초년생이거나 활동가가 대부분이다. 시니어도 지역에서 크리에이터가 된다면 ‘엄마와 딸’, ‘삼촌과 조카’, ‘할머니와 손주’처럼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법도 하다.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요즘 시니어의 ‘귀로컬’ 창업을 말한다. 현업이 무엇이었는가에 따라 적합한 업종을 추천하기도 했다. 교수나 언론인이었다면 지역의 1인 연구소 겸 독립서점을 만들 수 있고, 금융이었다면 크라우드 펀딩을 한다거나, 문화예술디자인쪽은 복합문화공간을 기획하는 것 등이다. 전부 다 배워서 시작하기에는 무리일 수 있으니, 따로 제작 기술에 투자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응용이나 확장의 영역인 것이다. 은퇴자들은 여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는데, 대신 큰 돈을 기대하지 말라는 현실적인 관점도 덧붙이다.


필자 역시 방향성에 공감하며 ‘지역살이 당일치기 프로젝트 - 원주편’을 기획하기도 했다. 인생 3막 시기 어디서,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역을 알아보고, 일과 활동거리를 찾아, 만남과 여행의 형태로 살아보기의 탐색을 풀어보려고 한 것이다. 그 중 모월 양조장이 매력적이었다.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이른 은퇴를 한 김원호 대표는 술 빚는 법을 배운 후 동네 친구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상생 우선’을 가치로, 향토쌀인 토토미를 구매한다. 40대 후반을 인생의 반환점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애정하던 술과 어울림을 선택한 ‘모월’, ‘원소주’의 성공 이후 덩달아 명소가 됐다. 옛날, 치악산과 얽힌 이야기도 널리 전할 뿐만 아니라, 지역 일자리 창출과 농산물 소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한편, 5060세대를 로컬 커뮤니티와 연결하는 일을 하는 패스파인더도 있다. ‘남원’과 ‘강릉’, ‘인제’에서 살아보기를 진행했다. 고향이 아니더라도, 이끌림이 있는 지역에 팬슈머(Fans+Consumer)인 ‘관계인구’가 되어 보기를 권하며 개인의 취미, 경험, 가치를 지역과 연결해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의미있는 일, 활동 모델을 제시한다.


서울보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소멸의 위기를 걱정하는 지역들은 시니어가 필요하다. 지역에 살아보니, 일단 사람이 있어야 버스 노선도 작동하고, 고장난 공간도 수리할 수 있고, 상설시장도 운영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이미 지역마다 참여할만한 교육이나 단·장기 이주 프로그램이 다채롭고 잘 마련되어 있어서 어느 지역이 적합할지 이곳저곳을 다녀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여행보다는 생활인처럼 숙소나 먹거리, 갈 곳을 정하고 다른 계절을 여러번 가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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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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