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대국' 美 vs 日·네덜란드, 中 규제 도입 두고 힘겨루기 '치열'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적용하라고 '동맹국' 네덜란드와 일본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미국에 이러한 요구를 받아온 두 국가는 자국 기업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저항하고 있지만 물 밑에서 이들 간의 힘겨루기는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러한 분위기를 전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규제가 전 세계를 중국에 맞서게 압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을 능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및 반도체 소프트웨어, 장비와 관련 인력의 수출을 차단하는 내용의 수출 제한을 발표했다. 미국은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미국, 네덜란드, 일본 등 3개국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네덜란드와 일본에 같은 무역 조치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장비업계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램리서치·KLA 등 미국 기업들과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의 ASML 등이 주도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미국의 협상 과정에 대해 정통한 여러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미국이 '깡패(bully)'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반도체 첨단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ASML의 대중 수출을 허가하지 말라고 미국이 네덜란드를 압박하고 있는 과정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일본의 한 정부 관계자도 미국과 일본의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라면서 미국이 일본의 주권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라고 표현했다. 블룸버그는 일본 정부가 확실한 거절을 하기 보다는 일본의 관료제 특성상 결정을 내리는 데 다소 시일이 걸린다는 점을 바탕으로 미국의 요청에 반응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와 일본은 자국 무역이나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ASML과 도쿄일렉트론은 각 국 정부에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는 로비를 해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까지 네덜란드와 일본을 설득해 이들이 대중 수출 규제를 도입하도록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어렵게 진행되고 있지만, 미 정부의 국가안보와 관련한 우려를 공유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 여러 관료들은 공개석상에서 네덜란드, 일본과 협상하고 있다면서 합의에 이르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수차례 내놨다. 다만 협상 타결 시점은 예측 불가한 것으로 소식통은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당초 미국이 올해 초 동맹국과의 합의를 이끌어낼 기회가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발표한 대중 수출 통제보다는 비교적 완화한 제한이지만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는 내용의 다자간 전략물자 수출관리 체제인 '바세나르 협약'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규제 대상에 첨단 뿐 아니라 성숙 공정에 사용되는 기술까지 추가하자고 요구했고 결국 협상이 무산됐다. 블룸버그는 "그 때 이후 일본과 네덜란드는 반도체 규제와 관련한 미국의 요구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 이안 총 싱가포르국립대 부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렵게 균형을 잡아야하는 한국,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같은 국가들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면서 "이들이 한쪽 편을 선택하든 안하든 (이러한 상황에서) 스스로 탈출하는 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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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다. 미·중 정상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문제 등과 함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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