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는 무게 단위로 '主'을 사용했나
부여문화재연구소, 부여 동남리 출토 목간 속 글자 분석
날짜, 금, 중량, 출납 등 적혀 "행정 관부 물자 출납 기록 추정"
지난봄 부여 동남리 공공주택 신축 부지에서 발견된 목간 다섯 점에서 백제 행정 관부의 물자 출납과 관련된 문자 기록이 확인됐다. 목간이란 문자를 기록한 목제품이다. 고대 동아시아 사회에서 종이가 보편화되기 전에 널리 사용됐다.
10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목간 보존처리를 지원했다. 수종(수목의 종류) 분석과 묵서흔(먹글씨 흔적) 판독을 위해 적외선과 근적외선 초분광 촬영을 진행했다.
수종은 벚나무류, 소나무류, 삼나무류 등으로 확인됐다. 많은 글자가 쓰인 두 점은 문서용 목간, 나머지 세 점은 하찰(荷札)로 추정된다. 하찰은 물품 꾸러미의 꼬리표 목간이다. 상단에 끈을 묶을 수 있게 홈이 파여 있거나 구멍이 있다.
연구소는 네 차례 자문 회의와 문자 판독을 거쳐 문서용 목간 글자의 일부 뜻을 알아냈다. 날짜(十二月十一日), 금(金), 중량(重), 출납(內), 이동(?), 재고 상황(亡) 등이다. 연구소 측은 "행정 관부 출납을 담당하던 관리가 기록한 문서나 장부 용도로 보인다"며 "세로로 표기한 행간의 빈 곳에 이음표(?)를 써서 문자를 거꾸로 써 내려간 흥미로운 사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여러 번 등장하는 글자는 '주(主).' 백제에서 무게 단위로 썼다고 알려진 '중(重)'의 이체자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체자란 한자에서 글자 모양은 다르나 같은 글자로 취급되는 글자를 말한다. 연구소 측은 "백제의 무게 단위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단서"라고 했다.
또 다른 문서용 목간도 곡물의 출납과 관련된 기록으로 보인다. 곡물 가운데 하나인 피(稗)를 비롯해 이동(?), 연령 등급(丁), 사람 이름, 용량 단위(斗)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글자들이 확인됐다. 연구소 측은 "백제 중앙의 행정상 복원과 더불어 도량형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자 판독과 관련해 아직 연구자 간 의견이 분분한 만큼 한국목간학회와 함께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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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간들이 출토된 부여 동남리 49-2번지에서는 백제 시기 도로, 건물지, 수혈, 수로 등 다양한 유구가 발견됐다. 백제 사비기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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