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매입 통해 유동성 공급 나선 한은…"통화정책 상충 아냐"(종합2보)
6조원 규모 RP 매입…적격담보증권 대상 확대
코로나 시기 전액공급방식 RP 매입과 달라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비율 단계 인상 연기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레고랜드發 사태로 자금경색 위기가 커진 가운데 한국은행이 자금난이 심각한 증권사 등에 대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직접 유동성을 공급키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일정 규모의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는 시각과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통화 긴축 정책과 상충할 수 있다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시장 안정화를 위해 증권사, 증권금융 등 한국은행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기관에 대해 6조원 규모의 RP 매입을 한시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비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의결했다.
한은은 "RP 매입규모는 총 6조원 수준으로 지난 23일 발표한 증권금융을 통해 증권사에 3조원 유동성을 지원하는 정부 조치와는 별도의 조치"라며 "실시 기간은 내년 1월 31일까지로 추후 연장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입 만기는 91일물 이내로 주로 14일물을 활용할 예정이다.
통상 한은은 통화 조절 수단으로서 RP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하는데, 이례적으로 이번에는 증권사 등의 자금난을 고려해 RP를 매입하고 유동성을 공급해주기로 했다.
한은의 RP 매입 방안은 지난 23일 개최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때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인 데다 한은이 직접 유동성을 공급, 통화 긴축 기조와 상충할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추후 입장 발표를 통해 "이번 RP 매입은 단기금융시장에서의 원활한 자금 순환을 도모하기 위한 유동성 조절(RP 매입 시 유동성 공급, 추후 통안채 등을 통한 유동성 흡수) 차원의 시장안정화 조치"라며 "특히 코로나 시기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액공급방식의 RP 매입과는 규모와 방식에 차이점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14일물 RP 등을 통해 주로 초단기적으로 유동성을 일시적 자금경색을 겪는 증권사 등에 공급하는 것이므로, 유동성을 크게 늘리지 않아 현재 통화정책 기조와 상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대출 적격담보증권 대상을 3개월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국채, 통안증권, 정부보증채,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특수은행채 이외에 은행채와 한국전력공사 등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이 포함된다. 내달 1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3개월만 시행된다.
은행채는 농업금융채, 수산금융채, 은행법에 따른 금융채이고, 9개 공공기관은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국가철도공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예금보험공사가 해당된다.
현재 은행들은 한은에서 대출을 받을 때 국채·통화안정화증권·정부보증채 등 국공채만을 담보로 제공하는데, 적격담보 대상 증권이 확대되면 은행은 이미 보유한 은행채를 대출 담보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 조달 압박을 덜 수 있다. 은행들은 한은에 은행채 등으로 담보를 납입함으로써 확보하게 되는 국채, 통안채 등을 통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준수 부담을 완화할 수 있고 향후 장외외환파생거래 증거금 추가 납입 등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국내은행의 추가 고유동성자산 확보 가능 규모가 최대 29조원 정도로 추정했다.
아울러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제공비율 인상 계획을 3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4월 차액결제 담보비율을 기존 70%에서 50%로 내렸으나, 지난 2월 이 비율을 70%로 다시 올렸으며 내년 2월에는 80%로 인상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유예했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의 담보부담이 7조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이번 조치들이 통화정책의 주요 파급경로인 단기금융시장과 채권시장의 원활한 작동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금융안정을 위해 시행하는 것으로, 특히 RP 매입의 경우 공급된 유동성은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흡수되므로 현 통화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금융안정특별대출이나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재가동을 추후 논의할 수는 있지만 지금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이창용 총재의 국회 답변과도 상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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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방식의 금융안정특별대출과 SPV의 재가동은 의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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