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질서 창조에 능숙한 美
변화한 규칙 적응만이 살길
[아시아경제 ] 강대국은 다른 국가로 하여금 따라야 하는 질서과 규칙을 만들 수 있는 국가다. 진정한 강대국은 경쟁국 견제를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이 만든 질서를 거리낌 없이 버릴 수 있으며, 이를 대체하는 질서를 만들 수 있는 국가다. 지난 100년간 이런 조건과 경험을 갖춘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경제적으로 급속히 성장한 일본을 누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일본의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해 정치적·외교적 압력을 통해 자율규제라는 전대미문의 제도를 강요함으로서 대미수출을 제한하였다.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 환율을 극단적으로 평가절상시켜 일본의 제조업 약화 및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걸프전을 치르면서 유명해진 패트리어트, 토마호크 등 정밀타격무기 핵심부품 대부분이 일본산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안보위협을 강조하였다. 핵심 첨단산업 분야에서 과도하게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인식의 확산은 일본에 대한 견제를 미국의 주요 목표로 만들었다.
미국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일본의 성장을 지연시키며 시간을 벌었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조면서 세상의 규칙 자체를 자신에게 유리한 디지털로 전환시켰다. 아날로그 세상의 최강자였던 일본은 변화하는 게임의 법칙에 적응하지 못했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어 경쟁자를 무력화시킨다는 미국의 전략은 목표를 달성했다.
30년의 세월이 지난 이후 중국이 과거의 일본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 미국은 경쟁국 견제에 소홀했고, 그 틈을 타서 중국은 미국의 첨단기술을 대거 흡수하면서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뒤늦게 중국의 위협을 인식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기술보호 및 통제를 위한 대대적인 제도강화를 통해 중국의 미국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경쟁의 무대를 첨단기술로 설정하였다.
하지만 첨단 기술에 기반한 제조업과 관련된 대부분의 공급망은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태였다. 미국은 중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30년간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변경시키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최근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이런 의도가 구체화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자신이 만들어낸 국제통상규범의 핵심인 자유무역, 국가간섭 최소화라는 원칙을 스스로 파기하고 국가주도 산업정책, 시장이 아닌 정부의 판단에 따른 시장 개입, 기업에 대한 국가차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이라는 새로운 원칙을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대신 시장과 투자를 연계시킴으로서 외국기업의 미국내 투자확대와 중국으로부터의 이탈 촉진을 도모하고 있다.
미국의 일본에 대한 견제 과정에서 우리는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게임의 규칙이 변화하고 있다. 30년간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부터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던 우리의 모습은 당연한 것이 아닌 매우 특별한 시기의 특혜였다고 인식해야 한다. 행복했던 과거를 잊고 쪼개지는 시장과 갈라지는 공급망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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