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삼바문자' 두고 금융당국 간 정면충돌
금융위 "비밀유지 위반" vs 금감원 "위법 아냐"
공매도·가상자산 이슈에도 수장 간 온도 차이
'관료' 위원장과 '검찰' 출신 원장의 불협화음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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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2018년 5월 3일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사전통지서를 회사와 감사인에게 통보했음을 기자단에게 알렸다. 지난달 감사원은 4년 5개월 만에 금융위에게 금감원이 당시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물었다. 금융위원회는 '그렇게 보인다'고 회신했다. 이달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위 판단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가 나왔다.


이날 국감 답변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위법이 아니라 생각하고 행정조치가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면서 “법령권한은 정부 부처가 가지는 게 맞지만 금감원에서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쟁송을 바탕으로 한 사안은 법원을 가야 하는데 저희가 질 거 같지는 않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과장 전결사항이지만 규정에 따라 나갔으니 금융위 공식입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매도·가상자산 두고도 수장 간 온도 차

금융권에서는 국감에서 빚어진 공개충돌을 김주현 위원장과 이복현 원장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화로 받아들였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표면적으로는 협력을 강조하며 ‘원팀’을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 주요 사안마다 엇박자가 나고 있다. 두 기관의 역할과 중점 추진 정책이 다른데다 수장들의 출신과 성향이 달라 물밑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감원은 금융사 분담금으로 세워진 특수법인으로 행정기관이 아님에도 정부 부처인 금융위 산하로 편제돼있다. 금융위가 정관변경이나 예·결산 승인권을 가지고 있어서 금감원이 정반대 행보를 밟는 건 쉽지 않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금감원장이 금융위원장의 말에 동조하면 내부 사기가 완전히 꺾일 수 있어서 당연한 답변이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두 수장은 다른 이슈에서도 견해차를 보여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 언급은 하기 어렵다”며 “언제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얘기했다. 5일 뒤 국감장에 출석한 이 원장은 “공매도 금지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불안이 극대화되어 있는 상태”라면서 “어떠한 시장 안정 조처도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이슈에 대해서도 금융위가 금감원보다 소극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 위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내부적으로 법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국회에서 법이 14개 올라와 있어 논의를 빨리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원장은 가상자산이 이미 많은 이들에게 투자대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급적 빨리 규제와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료' 위원장과 '검찰' 원장의 엇박자

지금의 엇박자에는 두 수장의 출신배경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있다. 김 위원장은 행정고시 25회 합격자로 첫 발령지가 재무부인 전형적인 관료 출신이다. 고위 관료는 한 정책을 추진할 때도 부처별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해 결정에 신중한 경우가 많다. 김 위원장 역시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최대한 청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원장은 42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경력을 시작한 인물이다. 검사 시절 부하직원에게 선명하고 명확한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원장은) 검사로서 혐의가 발견되면 적극 수사하고 행동하는 사람에 속했다”고 얘기했다. 이 원장은 적극적이고 확고한 수사방식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에 이 원장이 처음 지명됐을 때도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독자 행보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김 위원장과 달리 이 원장이 문제 해결에 과감히 나서려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로 최근 금융위가 파악하기 전에 금감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진행한 중점정책들도 있다”며 “상위기관으로서 끈끈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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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관의 업무 특성상 갈등이 쉽게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와 감독·검사를 맡은 금감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수장이 따로 임명되기 시작하면서 힘겨루기를 벌이곤 했다. 고위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은 금융사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문제의 시급성을 느끼는데, 금융위는 한 발짝 뒤에 있는 데다 산업진흥까지 해야 하다 보니 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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