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형 경제금융에디터

[시시비비] 금융위, 더 과감히 행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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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경색으로 금융권이 소란스럽다. 시장에서는 난리가 났는데 정부, 금융당국, 한국은행 등 경제팀의 액션(Action, 행동)은 없었다.


강원도 레고랜드 개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최종 부도처리 된 게 사태가 지난 4일이었는데 보름간 정부와 금융당국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기업어음(CP) 시장에서는 한 달 전 연 3~4%였던 ABCP 금리가 7%로 오르고 한때는 차환발행이 안 되는 등 발작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연초부터 정부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조치로 은행들이 대규모로 은행채를 찍어냈고 한국전력은 지속된 적자로 인해 올해 들어 18조원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이들 우량채가 대규모 발행으로 채권시장 자금을 빨아들이자 나머지 회사채들은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금융당국과 한은은 은행채와 한전채가 회사채 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을 파악해 대응조치를 마련했어야 했고, 기획재정부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했어야 했다. 한국전력의 적자와 자금조달 상황에 대해서도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했다. 물론 경제 상황이 미국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등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면피가 되는 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시장 안정을 위해 LCR 정상화 유예, 채권안정펀드 1.6조원 회사채 신속 매입, 추가 캐피탈 콜 실시 등의 조치를 내놨지만 금융권에서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봤다.

1997년 외환위기 이래 정부가 내놨던 시장안정 대책에는 크게 3가지 원칙이 있다. 불안이 크게 번지기 전에 신속하게 개입한다. 한두 개 정책을 내는 게 아니라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패키지 방안을 내놓는다.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


정부는 일요일인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50조원+α'의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한은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뒤늦게나마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았다고 생각한다.


기재부와 한은도 시장안정에 책임이 있지만 금융시장의 주무부처는 금융위다. 시장에서는 이번 채권시장 경색 국면에서 금융감독원이 적극적으로 액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금융위가 지나치게 신중해 정부 개입이 늦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금융불안이 확산되는 와중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적절한 수준의 개입을 하면 되는 것이지, 아예 액션을 하지 않은 건 문제다.


이번에 급한 불은 껐을지 몰라도 앞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 등 어려움이 남아있다. 2금융권은 조달금리는 크게 올랐는데 법정 최고금리(20%) 때문에 대출금리를 못 올리면서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명분 중 하나가 저금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시중 금리가 오른 만큼 법정 최고금리를 다시 인상해야 한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에 관련해서도 액션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대선 공약이었던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대해 금융위는 국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면 정부가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어느 쪽으로든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정부도 액션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7년말 가상자산 1차 붐 이후 가상자산 시장 침체기에 규제를 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 2021년 가상자산 2차 붐 때도 적절한 규제와 투자자 보호가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1차 붐 때 금융위 입장은 가상자산을 금융으로 볼 수 없고 제도권으로 인정해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산으로 인정하고 투자하고 있는 마당에... 그냥 가상자산 버블이 꺼지고 휴지조각처럼 되기를 기다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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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느 정도 보수적이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금융위는 지금보다는 액션을 더 과감히 해야 한다.


정재형 경제금융 매니징에디터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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