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가공업체 푸르밀이 연이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음달 문을 닫는다./출처=푸르밀 페이스북 페이지

유제품 가공업체 푸르밀이 연이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음달 문을 닫는다./출처=푸르밀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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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업력의 유제품 제조업체 '푸르밀'이 다음 달 문을 닫는다. 직원 370여명도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영업 적자를 감당할 수 없던 데다, 대형 식품업체와 매각 딜도 연이어 무산된 후폭풍이다. 범롯데가(家) 일원이자 '검은콩우유', '비피더스' 등 친숙한 제품을 다수 내놓았던 푸르밀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푸르밀은 1978년 4월 설립된 롯데그룹 산하 롯데햄·롯데우유를 모태로 한다. 2007년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동생 신준호 회장이 지분 분리를 통해 유제품 부문인 롯데우유를 롯데그룹으로부터 인수했다.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다.

푸르밀은 가성비를 높은 제품으로 가공유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롯데우유 시절부터 효자 상품이었던 발효유 비피더스(1995년 출시), 검은콩을 첨가한 검은콩우유(2003년), 가나초코우유(2005년)는 푸르밀의 대표 제품이다. 경쟁사 제품 대비 낮은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운 흰 우유 제품 '홈플러스 우유'도 소비자 호평을 받았다. 이런 튼튼한 제품군을 바탕으로 2012년에는 연 매출 3000억원을 달성했다.


푸르밀을 흔든 것은 2016년 이른바 '환원유 사태'다. 환원유는 원유에 값싼 분유를 섞어 만든 혼합유로, 일반 원유 대비 가격이 4분의 1에 불과한 저렴한 제품이다. 당시 푸르밀을 비롯한 일부 가공유 기업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환원유를 원료로 사용해 온 사실이 탄로 나 논란이 불거졌다. 푸르밀은 환원유 사용을 중지하여 논란이 커지는 것을 막았으나 기업 이미지에는 손상이 불가피했다.

한편 2018년 신준호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2세인 신동환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공교롭게도 푸르밀 경영 실적은 이 시점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2016년 혼원유 논란을 시작으로 흔들리던 프루밀은 2010년대 후반부터 영업손실을 연이어 기록하면서 한계에 봉착하기 시작했다/그래프=아시아경제 DB

2016년 혼원유 논란을 시작으로 흔들리던 프루밀은 2010년대 후반부터 영업손실을 연이어 기록하면서 한계에 봉착하기 시작했다/그래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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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까지는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흑자를 유지해 왔으나, 2018년 15억원의 영업 손실을 낸 뒤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지난해에는 123억원으로 적자가 불어났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푸르밀 자본총계는 143억원에 불과했다. 만일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적자를 기록하면 보유한 자산을 전부 유동화해도 파산을 피하기 힘든 완전 자본잠식에까지 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신 대표는 푸르밀 매각을 추진하면서 LG생활건강과 협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4개월 뒤인 9월 5일 LG생활건강이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매각 시도는 무산됐다. 푸르밀 측은 SPC삼립 그룹과도 협상을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푸르밀은 지난 17일 전 직원에 이메일을 보내 "회사 내부 사정으로 다음 달 30일부로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다.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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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주, 대구에 위치한 공장은 다음 달 말까지 가동을 유지하다 11월 30일 생산라인을 멈출 예정이다. 37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에게도 정리 해고가 통보됐다.


신범수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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