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오미크론 '1번환자' 모두 이곳서 확인…질병청 실험실을 가다
코로나19 진단·분석 최전선
각종 변이 모두 이곳서 처음 확인
[아시아경제 김영원 기자] "2020년 1월19일 첫 코로나19 환자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 이 실험실에서 새벽에 염기서열을 분석해 다음날 아침 바로 분석 결과를 냈습니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들어왔던 알바, 베타, 오미크론 계통이 모두 여기서 처음으로 나갑니다."
코로나19 3년차를 맞은 지금, 진단만큼 중요해진 것이 '변이' 확인이다. 초기 우한주가 감염자 전체를 차지했던 과거와 달리, 델타 우세기인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세부 계통 변이들이 등장하며 검출률이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코로나19 변이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한국 바이러스 진단·분석의 최전선, 질병관리청 염기서열 분석실을 방문했다.
역대 변이판정 모두 이곳에서
실험실 내부에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사람보다 많은 '기계'였다. 전장유전체분석의 각 단계를 수행하기 위한 장비는 물론 빠르게 변이를 확인할 수 있는 변이 PCR, 타겟유전체분석 장비까지 수십 대의 장비가 바쁘게 움직였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전체 감시는 염기서열 분석(시퀀싱)을 통해 이뤄지는데, 총 3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인 변이 PCR 검사는 특징적인 단일 염기서열만을 증폭해 변이형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빠른 역학 대응을 위해 개발된 방식으로, 1~2일 만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보다 상세한 분석이 가능한 타겟유전체분석, 전장유전체분석은 그만큼 기간도 오래 소요된다. 전장유전체분석은 3만개의 전체 바이러스 서열을 모두 분석해 코로나19의 세부계통을 모두 구분한다. 결과 확인까지는 6~7일 정도가 걸린다. 타겟유전체분석은 3만개 중 4000~5000개의 스파이크 부분만을 증폭해 염기서열을 분석하며, 변이 바이러스와 일부 세부계통을 구분할 수 있다.
모든 방식에서 검체 수집 후 RNA 추출 단계를 거치지만, 전장유전체분석은 방대한 양을 다루기 때문에 '라이브러리 제작' 과정이 더해진다. 김일환 질병청 연구관은 "도서관에서 책에 서지를 붙이는 개념"이라며 "유전자가 너무 많아 하나씩 읽기가 어려워 300개씩 쪼개고, 그 검체에 각각의 라벨을 붙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실험실 내부에 구비된 장비 두 대를 통해 라이브러리 제작이 진행되고 있었다. 각각 96개 샘플을 처리하는 데 5시간 정도가 걸린다.
라이브러리가 제대로 만들었는지 검증하는 작업(QC)까지 끝마치면 샘플들은 전장유전체분석 장비로 들어가게 된다. 이때, 분석 장비 종류만 5개에 달한다. 장비에 따라 분석 가능한 샘플 수와 소요되는 시간이 달라져 용도에 맞게 활용된다.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대량 검진에는 최대 400개의 샘플을 분석 가능한 'NextSeq 2000' 장비를 이용하지만, 긴급한 경우에는 4~6개의 검체를 신속하게 분석하는 'iSeq 100' 장비를 쓴다는 것이다. 김 연구관은 "오미크론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 델타가 100% 나오는 시기였는데, 변이 PCR을 통해 확인되지 않아 검체를 긴급하게 저희에게 보내줬다"며 "그 검체를 이 장비를 통해 분석해 바로 다음 날 결과를 산출해 오미크론이 검출됐다고 발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은진 질병청 신종병원체분석과장은 "특히 처음 나온 변이들은 각 보건환경연구원, 지청에서 판단하지는 못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본청으로 올려보내고 이곳에서 최초 판정이 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진단부터 분석…역량 어떻게 키웠나
코로나19를 비롯한 병원체의 진단부터 분석까지 총괄하는 질병청 감염병진단분석국은 2015년 메르스를 겪은 후 생겨났다. 유천권 질병청 감염병진단분석국장은 “ 2016년 질병관리본부 시절 진단관리과라는 정책 본부가 만들어졌고, 다음 해에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감염병진단분석센터로 두고 실험 부서를 조합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의 교훈이 코로나19 선제 대응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감염병진단분석국 내 TF는 2019년 코로나19, 당시 ‘원인불명 폐렴’이 중국에서 처음으로 확인되기 전인 2019년 12월17일 원인불명 감염병 실험실 대응 도상훈련(TTX)을 시작했다. 원인불명 감염병이 국내에 유입되는 시나리오를 짜 놓고 진단과 역학 등을 어떻게 해야할지 하나씩 풀어나가는 훈련이다. 이때 TF는 ‘중국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귀국한 사람'에 대응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김 과장은 "판 코로나 검사법이 필요하다고 훈련을 통해 도출했다"며 "그전까지는 판 코로나 검사법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것이 상당한 주요 사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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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이후 감염병진단분석국은 진단 및 분석 기관을 확대하고 기법을 다양화했다. 판 코로나 검사법 개발에 착수한 연구진은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되기 전인 2020년 1월9일 검사법을 구축했다. 국내 첫 확진자도 이 검사법을 통해 진단됐다. 이후로는 초기 17개 지자체에 판 코로나 검사법을 전국에 확대한 데 이어, PCR 검사법이 구축된 뒤로는 이 역시 전국 지자체에 확대했다. 전장유전체분석은 지난해 1월까지 질병관리청과 민간 1개소에서만 가능했지만, 현재 권역별 대응센터,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국방부 내 국방과학연구소 등에서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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