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금융감독만 있고, 정책은 안 보인다
증시 급락에 빚투 반대매매 '개미 지옥'
신용융자담보비율 낮추며 빚투 규모만 키워
이달들어 코스피 10% 급락...증안펀드 재검토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일생일대의 기회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주식투자를 시작한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은 이런 생각을 했다. 실제 투자한 종목마다 올라 쏠쏠한 수익률을 거두며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은 것 같았다. 지난해 횡보장을 거치면서도 매수 종목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실날같은 희망으로 버텼다. 올해 급락장에선 '손절'을 못한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또 한번의 찬스'라는 기대감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주가가 연저점을 찍고 반등한 지난 여름, 여유자금을 모두 물린 주린이들은 신용매수(빚투)에 나섰다.
코스피 지수가 3% 넘게 급락하며 '검은 월요일'로 불렸던 지난 26일 장 마감 이후 이들 주린이는 증권사로부터 매수증거금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 안내를 받는다. 그리고 이튿날인 27일 개장 직후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져나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당시 382억원 상당의 반대매매가 이뤄지면서 미수금대비반대매매 비중이 20.1%까지 치솟았다. 전날 9.7%에서 2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10월27일(23%) 등에 이어 역대 세번째 규모다. 지수가 2100선까지 주저앉은 지난 28일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긴축과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침체, 킹달러 현상 등 동사다발적인 악재가 주식시장을 타격하면서 말 그대로 '개미지옥'이 됐다.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는데 금융당국은 보이지 않는다. 연초 3000에 육박하던 코스피 지수는 30일 2100까지 위태롭다. 연초대비 27% 이상 빠졌는데, 지난해 7월 최고점과 비교하면 36% 가량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대폭락 당시 연초대비 하락률(32.99%)보다 낙폭이 더 크다. 코스피 상장들의 자산 규모나 벌어들인 수입을 감안하면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지수가 하락했다.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4로,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0.81배에 근접했다.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있던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증권사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와 상장기업 자사주 매수 수량제한 완화 조치를 내놨다.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줄이고 기업들이 증시 유동성을 늘리는 민간 처방이었다. 이후 증시는 반등했는데 국제유가 하락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기대 등 외부 요인이 더 컸다. 더욱이 신용융자담보비율을 낮추면서 지난 여름 반등장에서 신용융자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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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지수는 다시 하락 반전해 10% 넘는 낙폭을 기록 중이다. 월초부터 재개된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수를 끌어내리면서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한달새 193조원이나 줄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28일에야 증시안정기금 재가동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이후 첫 방송 출연에서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이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감독하는 기관이며, 증시안정과 관련한 금융정책은 금융위가 맡고있다. 금융위는 이달 들어 보이스피싱 대책을 비롯해 이른바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으로 불리는 내부자거래신고제, 물적분할 규제방안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근절할 대책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서 발생한 비속어 논란과 관련한 전국민 듣기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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