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떠나보낸 엄마의 일기장엔 … “하늘로 갔지만 육신이 감당하긴 너무 힘들어”
태풍 힌남노 때 침수 지하주차장서 생환한 김 모씨 ‘신앙 일기’ 공개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 물이 급박하게 차오르고 차 문을 열 수 없었다. 주영이가 차 문을 열고 나를 살려냈다. 여섯 사람은 출구를 찾아 이동하려고 했지만 나는 도저히 갈 수 없어서 “주영아, 너라도 살아라”고 하며 보냈다. 주영이는 “어머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며 갔다.
지난 6일 태풍 힌남노 내습 때 물이 차올라 지하 주차장 천장에 닿은 코와 입으로 겨우 숨 쉬며 살아 돌아온 50대 여성의 긴박했던 생존 순간이 일기로 공개됐다.
10대 중학생 아들을 떠나보낸 김모 씨가 병상에서 쓴 일기는 기독교 신자로서 생사를 오가는 재난 현장에서 겪은 ‘영적 체험’과 신앙,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차를 빼러 따라온 아들을 돌려보낸 김 씨는 12시간 넘는 사투 끝에 자신의 죽음 대신 아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폐 깊숙이 스며든 빗물로 염증이 생겨 그는 아직도 입원 중이다. 며칠 전 아들의 장례식에도 가지 못했다.
육체의 고통과 아들과의 이별을 한꺼번에 폐부에 담은 김 씨가 교회 노트에 사고 당시의 상황을 펜으로 써 내려갔다.
‘떠내려가다 배관 하나를 잡게 됐다. 거기서 머물다 잃어버린 슬리퍼가 내 손에 잡혔고 그것으로 입과 코로 들어가는 물을 막고 버티며 하나님께 기도했다.’
김 씨는 기도 도중 ‘엄마, 엄마, 엄마, 사랑해’라는 아들의 소리가 울렸다고 썼다. 그는 물이 조금 빠지면서 작은 배관에 슬리퍼 한쪽을 깔고 앉아 천장 전등을 붙잡고 버텼다고 했다.
태풍이 내습한 지난 6일 김 씨는 포항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차를 빼러 갔다 침수된 지하 주차장에 갇혀 실종된 지 12시간여 만에 구조됐다.
아들과 헤어진 뒤 계속한 기도와 영적 대화로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간 지 몰랐다고 일기에 썼다. 그리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아들의 생사를 들어야 했다.
‘아들 소식을 듣고 너무 힘들었다.’
아들 주영이의 3가지 모습을 환상으로 봤다는 김 씨는 하늘의 뜻으로 감내하면서도 ‘육신의 슬픔을 감당하기에 너무나 힘들다’고 하늘의 힘과 은혜로 감당하게 해달라며 일기를 끝맺었다.
선교와 봉사활동 등에서 이들 모자와 인연이 있다는 창원의 조희완 목사는 “김 집사와 아들 주영이는 선교와 타인을 위한 봉사활동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며 “아무도 예배하지 않는 땅 이슬람에 단기 봉사활동을 떠날 만큼 신앙이 깊었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조 목사는 또 “예전 봉사활동 때 본 주영이는 엄마를 잘 따라다녔고 성품이 천사처럼 착한 아이였다”고 기억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