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IRA, EU는 배터리여권…배터리 패권 경쟁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배터리 패권을 두고 세계적인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에 이어 유럽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으로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공급망 장악에 나섰다면, 유럽연합(EU)은 ‘배터리 여권’을 도입해 공급망 관리에 문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는 그린딜 정책과 순환경제를 내세워 배터리 여권을 도입하고, 배터리 소재를 재활용하는 등의 규제 법안을 최근 발표하고 법제화를 진행 중이다.
2026년 배터리를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 역내에서 거래되는 거의 모든 제품에 대한 '여권' 제도를 도입하고 디지털 순환경제 플랫폼 구축에 나설 전망이다.
'배터리 여권'은 배터리의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 등 모든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로 기록·공유하는 체계다. 이를 통해 배터리의 안전성 제고, 사용 최적화, 재활용 등을 꾀한다. 배터리뿐 아니라 모든 물리적 상품으로 확대한 것이 '디지털 제품 여권'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상품 공급망의 지속가능성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U의 이러한 움직임에 독일, 일본 등 주요국들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독일은 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배터리 여권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BMW, 유미코어, 바스프 등 11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배터리 정보를 수집·활용하는 '배터리 패스'(Battery Pass) 프로젝트 개발에 착수했다.
이 규제안에는 탄소발자국을 공개하고 공급망 실사 의무를 시행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배터리의 재활용 원료 함유량을 공개해야 하고 탄소 감축에 따라 배터리를 생산했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살피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대상은 용량 2kWh(킬로와트시) 이상 모든 산업용, 자동차용 배터리이며 배터리 여권에는 재료의 원산지와 탄소 발자국,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 배터리 내구성이나 재활용 이력 등을 기재해야 한다. 물론, 이 내용은 EU가 마련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때문에 유럽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도 배터리 여권 부착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일본은 본인들의 배터리 공급망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 이를 EU에 제시했고, 중국은 이미 지난 2018년부터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 우리나라는 디지털 이력 추적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발 빠르게 배터리 이력 추적 시스템을 만들고, 정부는 이에 대해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 탄소 발자국이나 재활용 이력 등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갈 길이 멀다. 배터리 재활용만 해도 배터리 수거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고 있어 기업들이 이를 재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배터리와 자동차가 일체형이다 보니 배터리만의 이력을 관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전기차와 배터리를 분리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시작으로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배터리를 관리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잇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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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디지털 이력 추적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하고 공급망 내 참여 기업들은 재활용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행 노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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