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같은데 상대적으로 낙폭 커
시장 예상 넘는 과감한 접근 필요

원화 가치의 하락 속도가 무섭다. 달러화 대 원화 가치가 138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1400원이 무너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1300원이 바닥이라는 얘기가 엊그제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원화만 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는 일본 엔화는 달러당 144엔까지 떨어졌다. 유로화, 파운드화 등 유럽 통화의 하락폭도 크다.

공통의 이유는 강달러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를 높이자 국가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달러로 돈이 모이고 있다. 여기에 각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그나마 사정이 좋은 미국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것도 미국이고 금리를 끌어 올리는 것도 미국인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상대국에 돌아가는 형국이다.


통상 강달러의 충격은 신흥국이 가장 먼저 맞았는데 이번엔 신흥국, 선진국 할 것 없이 그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는 점은 과거와 다르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까지 겹친 영국은 심각한 경제 침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가스 공급난에 공장이 하나 둘 멈춰서고 있다.

그럼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당국의 개입과 방어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의 하락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블룸버그통신이 주요 통화 31개국의 달러화 대비 등락률을 조사한 결과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12.75% 떨어져 8번째로 낙폭이 컸다.


이쯤 되면 원화 가치 하락이 수출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논리는 한가한 얘기일 뿐이다. 환율이 이렇게 떨어진다는 점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전쟁 중인 러시아 루불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올해 들어 23.23% 올랐는데 말이다.


한국 역시 치솟는 물가, 미국의 초긴축, 중국의 경기둔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혼란 등 다른 나라들이 겪고 있는 악재들을 공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원화 가치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우리가 위기에 특히 취약하다는 외부의 시선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규모 개방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 경제는 대외적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장기적으로 특정 산업, 특정 국가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어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대외 충격이 왔을 때 출렁이지 않고 범퍼 역할을 할 수 있다.


당장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접근도 필요해 보인다.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지난 8월 한국은행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실책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Fed는 물론 유럽중앙은행(ECB)마저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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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정부의 각성도 요구된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전쟁 중인 러시아가 서방의 각종 제재에도 생각보다 잘 버티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 문외한인 푸틴이 경제만큼은 전문가에게 일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되새겨 볼 일이다.


강희종 국제부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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