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도 36兆 감소…예적금·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 탓

高금리에 또 13兆 증발한 저원가성 예금…은행 조달비용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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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핵심 예금'으로도 불리는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이 한 달 새 다시 10조원 넘게 증발했다.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투자 대기성 자금이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 잔액은 659조68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3조6794억원 감소한 수치다.

예금자가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은 금리 수준이 0.1% 안팎에 그쳐 저원가성 예금으로도 불린다.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만큼 투자 대기성의 성격이 짙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은행으로선 낮은 이자를 주고도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핵심적인 예금이기도 하다.


요구불예금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상승으로 증권·부동산 등 주요 투자처들이 매력을 잃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53조632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약 1조1900억원(약 2.1%) 줄었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월 말 70조3447억원을 기록한 이래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729조8206억원으로 한 달 새 17조3715억원이나 늘었다. 전월에도 요구불예금은 36조원 줄어든 반면, 정기 예·적금 규모는 28조원 불어나는 등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이처럼 은행의 예대금리차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요구불예금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자금조달 사정도 어려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예·적금 금리를 높여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거나 은행채 발행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수신금리는 올 초 연 1.64%에서 지난 7월 2.83%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전날 기준 AAA등급 은행채 금리도 4.331%로 연초(2.112%)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이로 인한 대출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지난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 금리는 전월 대비 0.52%포인트나 오른 2.90%로 치솟았다. 이는 2010년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약 12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를 의미하는데, 예·적금, 은행채 등의 금리를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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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예금·대출금리 상승 속도, 예대금리차 하락은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예상보다 과도하게 진행되면서 예측 범위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라면서 "이는 금융안정 위험이 예상보다 더 커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목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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