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장애인에,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을 위한 전시가 청와대 춘추관 2층에 마련됐다. 대중에 공개된 청와대에서 열리는 첫 번째 전시로 전시명은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 구성은 장애예술인 50명의 작품 60점으로 이뤄졌다. 전시 테마는 ‘배리어 프리’와 ‘릴랙스 퍼포먼스’다. 어떤 유형의 장애든 물리·정서적으로 제한받지 않는 게 특징이다. 30일 공개된 전시에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가로 막힘 없이 2층 전시관으로 향했고, 간혹 발달장애인이 괴성을 질러도 제재 받지 않았다.


전시는 지체·지적·발달·청각·자폐 장애인들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특히 자폐 장애인이 많이 눈에 띄었다. 지체·자폐장애인의 수는 스물여섯명. 대체로 음악이나 미술에 재능을 보이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주름은 아픔, 금빛 가지는 희망을 상징해요”…청와대에 걸린 장애인들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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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작가는 대체로 관찰력이 뛰어나고 특정 대상에 집중한다. 윤진석 작가의 관심 대상은 시계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하지만, 낯선 곳에 가서도 시계가 있으면 안정을 찾는다. 그리고 그 모양을 기억해 화폭에 담는다. 기억의 매개체도 시계다. 몇 시 몇 분에 어떤 이야기를 했고,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당시 마주했던 시계를 통해 기억한다. 그는 “그림에 담긴 70여개의 시계는 70여개가 넘는 추억으로 위로해 주고 소통해 주는 친구와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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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최원우 작가 역시 관찰력과 기억력이 좋다. 한번 본 장면은 느낌과 색감을 정확히 기억해 선명하게 재현한다. 그림은 제주 여행에서 본 동트는 바다를 표현했다. 형형색색의 건물들은 실제와 판박이다. 그의 어머니는 “별도의 그림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사실적인 그림을 그려낸다”며 “어릴 적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남는 시간에 스케치를 많이 한 탓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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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인 이다래 작가의 관심사는 자연이다. 동물과 자연에 집중해서 현실을 재해석한다. 단풍놀이를 나온 사슴들이 물을 마시다 물속에 비친 또다른 세상을 구경하는 모습을 담았다. 작가는 “물속에서도 아빠 사슴의 모습이 늠름하다”고 아빠와의 애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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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자폐 작가가 관심사에 집중한 작품 활동을 벌인다면, 지체장애인 작가는 현실 억압의 극복이나 바람을 작품에 녹여낸다. 뇌병변 장애인 김정옥 작가가 그린 원 속 주름은 현실의 고단함을 상징한다. 20여 년 전(당시 50대) 뇌수술 이후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그는 “어느 날 숲속에 들어가 하늘을 봤을 때 달이 떠있던 기억을 원으로 표현했다. 자글자글한 주름은 현실의 아픔을 상징한다”면서도 “금빛 가지와 밝은 색은 희망을 상징한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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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 장애인 이순화 작가의 그림에도 작가의 바람이 투영됐다. 두 살 당시 나타난 소아마비 증세로 평생 거동에 불편함을 겪고 있지만, 어릴 적 목발에 의지해 이동할 수 있었을 때의 자유로움을 그림에 담았다. 그는 “장애인의 작품에는 장애가 투영되기 마련”이라며 “그나마 목발에 의지해 이동이 가능했던 어릴 적 자연에서 공기놀이하던 행복했던 순간을 그림에 담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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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 장애인 김교석 작가는 유종원의 시 강설(江雪)을 서예로 표현했다. 1995년 서른 살의 나이로 산업재해를 입은 그는 육신의 억압을 자유로운 붓놀림으로 해갈했다. “산엔 새도 날지 않고, 길엔 사람도 보이지 않는데 외로운 배에 늙은 어부가, 홀로 차가운 강 눈을 낚네”란 글귀에는 육신의 자유로움을 바라는 그의 마음이 담겼다. 김교석 작가는 “무더웠던 7월에 무더위라도 시원하게 몰아내고자 이 작품을 썼다”고 전했다.

행사를 총괄한 배은주 예술감독은 “장애인 작가와 관객이 주인공이 되는 전시를 마련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청와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가벽을 세워 전시를 진행했다”며 “휠체어를 탄 제가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으니 모든 국민이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장애인의 행동, 소리 등 감각적인 반응이 허용되는 전시인 만큼 관람객들의 포용적 관람 문화를 당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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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장애인문화예술축제 에이플러스 페스티벌(A+ Festival)’ 일환으로 마련된 전시 행사는 다음달 19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별도의 사전 신청 없이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과 점자 도록,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문자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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