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지정 高독성 농약 아니면 '사용량'에 대해선 규제 '느슨'
국내 골프장 토양·수질에 적용할 농약 잔류 허용 기준이 없는 탓

[아시아경제 변선진 기자] “장마철인 7~8월엔 주당 평균 4~5회 농약을 치는데 올해는 유독 주기가 더 짧아졌네요.”

경기도의 한 골프장 잔디를 관리하는 A씨의 말이다. 골프장은 통상 해충·잡초 피해를 막기 위해 한 주에 2~3회 정도 농약을 치는데 장마철이면 사용량이 늘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A씨는 “날씨가 ‘맑음’으로 예보돼 농약을 쳤는데 이후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지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며 “해가 갈수록 날씨 예측이 어려워 농약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상 이변에 골프장 농약사용도 ↑...'맹독성' 아니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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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들의 농약 사용량이 갈수록 늘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날씨 예보가 어긋나는 날이 해가 갈수록 잦아지면서다.


농약 사용량 많아지는 국내 골프장...2020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

국내 골프장 수가 늘면서 전체 골프장의 연간 농약 사용량도 크게 늘고 있다. 30일 토양지하수정보시스템(SGIS)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골프장 541곳의 총 농약 사용량은 202.1t으로 전년(186.1t) 대비 8.6% 증가했다. 통계가 확인되는 2010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최근 10년간 전국 골프장이 396곳에서 541곳으로 36.6%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다ㅏ.


골프장 1곳 당 농약 사용량도 느는 추세다. 2010년 골프장의 ㏊당 사용량은 5.15㎏이었지만 2020년엔 6.85㎏로 33.0% 증가했다. 230여 개 종류였던 농약의 품목 수도 280~290여 개까지 늘어났다. 골프장 업계 관계자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비가 오면 잔디가 병이 들어 누렇게 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비가 갠 이후 반드시 약을 살포해야 하는데, 기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덩달아 농약 사용량도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농약 사용량이 늘고 있지만 별도의 농약 사용량을 정한 기준도 없는 실정이다. 농촌진흥청은 고독성 3종, 잔디 사용금지 농약 7종을 정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농약 사용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토양·수질에 적용할 농약 잔류 허용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환경부 관계자는 “1년에 주기적으로 어떤 종류의 농약을 얼마나 쓰는지 자료를 제출하게 돼 있다”면서도 “맹독성·고독성 이외에 법적으로 허가되는 농약을 어느 수준으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저독성 농약'인데...해외선 '고독성' '퇴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용되는 저독성 농약이라도 해외에선 ‘고독성’을 이유로 퇴출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국내 골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농약인 ‘클로로탈로닐’은 어류의 DNA 손상뿐 아니라 분해가 쉽지 않아 식수로도 위험하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은 2019년 3월 전격 ‘사용 금지’를 발표했다. 국내 골프장에서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이프로디온’ 역시 EU는 2017년 지하수 오염 등을 우려로 지난 2010년 승인한 지 7년 만에 '허가 농약 목록'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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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농약은 기본적으로 ‘독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하천으로 흘러내려오는 ‘절대량’이 많아지면 물고기 폐사·녹조현상 등 다양한 환경 문제로 이어진다”며 “농약 사용량에 대한 ‘총량 규제’로의 전환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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