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마네에 관한 본격적인 총체적 모노그래프(monograph)로, 시대를 앞서간 한 예술가를 당대의 시대적 맥락에서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사실 마네는 사후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그의 친구들은 1884년 1월 미술학교에서 추모전을 개최했고, 마네와 다툼이 잦았던 드가조차 “그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위대한 사람이었다”고 고백했다. 대표작 ‘올랭피아’를 비롯해 유화, 수채화, 파스텔, 연필화, 동판화와 석판화 등 총 179점이 전시됐는데, 저자는 마네의 예술세계를 재평가하는 최초의 전환점이라고 평한다. 많은 비평가와 대중으로부터 호의적인 태도를 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1889년 만국박람회 당시 미국에 소개된 이후에는 미국과 독일 애호가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마네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가가 됐다. 당시 역사화의 대가 쿠튀르를 스승으로 뒀으나 교수법을 두고 자주 충돌해 결별했다. 1862~1863년 독립 예술가의 길을 걸으면서 문제적 예술작품 ‘풀밭에서의 점심’, ‘올랭피아’를 선보였다. 다만 기존 규칙을 위반하고 시대를 앞서가는 화풍이 불쾌감을 낳으면서 대중과는 불화했다. 또한 그는 단순히 그림만 잘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소년 시절부터 ‘예술의 본질’을 고민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지식인과 교류하면서 지적시야를 넓혔고, 이는 민감한 사회문제를 회화의 주제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 급진적 공화주의자로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다.


저자는 작품으로 더 잘 알려진 마네의 생애를 풍성하게 비추면서 작품과 작가 이해도를 높인다.

[책 한 모금] 이 책은 화가 마네에 관한 총체적 모노그래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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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회화에서 ‘여인’이라는 주제는 작품의 양과 질, 빈도와 중요도의 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에게 통상 붙여지는 ‘평평한 그림의 창시자’나 ‘현대생활의 화가’라는 칭호에 못지않게 ‘여인의 화가’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p. 18

과거의 재료에서 착상을 구하면서도 그 내용과 의미를 제거한 위에 자기만의 색채를 입혀 새것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마네 특유의 회화 기법이다. 마네의 스타일은 마치 마르크스가 헤겔이나 리카르도의 주제를 변조하여 자신만의 언어로 거대 담론을 구성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마네 역시 과거 거장들의 작품들을 자신의 방식대로 ‘종합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종합화는 곧 옛 주제의 변주이면서 동시에 새 주제의 창안으로 귀결된다. p. 107


바타유는 마네 회화에서 ‘사회적 금기의 파괴’와 ‘주제의 거부’라는 측면을 강조하면서 그를 “우리 눈 앞에 현대 회화를 펼쳐 보이게 한 사람”으로 재조명했다. p. 130


이 같은 경향의 비평은 미술작품을 이해하는 데서 ‘단순한 것’을 지나치게 ‘복잡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그냥 보면 알 수 있는 것’을 작품 내에 ‘마치 깊이 숨겨진 신비스러운 어떤 것’이 있는 양 호도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 예술작품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는 만큼 ‘푸코의 마네’는 여타의 다양한 비평들과 함께 개성있는 철학자의 시선으로 본 마네 회화에 대한 ‘하나의 견해’로 참고하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다. p. 148


마네는 그림의 형식에서 만큼이나 주제와 내용의 면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 온 화가이다. 51년의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에게 생활의 터전이자 예술활동의 주무대였던 파리는 다양한 예술적 재료를 제공하는 보고寶庫였다. 마네는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사회적 변화의 양상들, 이를테면 부르주아의 일상, 스펙터클한 도시의 풍경, 사교와 여가,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에 따른 도덕적 퇴락 현상, 종교의 세속화 움직임, 변두리 삶을 살아가는 빈민과 낙오자들의 모습 등을 화면에 꼼꼼히 담았다. p. 169


마네는 항상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급진적 공화주의자였던 그는 “사회적 부당함과 폭력적인 억압, 그리고 속물들의 천박함과 제2제정의 가식을 증오했다.” 따라서 그가 여느 화가들과는 달리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그림으로 자기주장을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p.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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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스트 마네 | 홍일립 지음 | 환대의 식탁 | 288쪽 | 2만2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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