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비밀요원 소행…비열·잔인"
우크라 "우린 테러국가 아니다" 극구 부인
러 일각선 반푸틴 조직 자행 테러설도 제기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지난 20일 사망한 다리야 두기나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두기나의 사진 앞에 촛불과 꽃을 올려놓고 있다. 모스크바(러시아)=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지난 20일 사망한 다리야 두기나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두기나의 사진 앞에 촛불과 꽃을 올려놓고 있다. 모스크바(러시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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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러시아 정보당국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이라 불리는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차량 폭발사고로 숨진 사건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비밀 요원이 잠입해 차량폭탄 테러를 자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관련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6개월을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건이 자칫 전쟁 장기화의 불씨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20일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다리야 두기나의 사망사건을 조사한 결과 두기나는 운전 중 차량에 설치됐던 폭발물이 터지면서 사망했다"며 "우크라이나 비밀요원인 나탈랴 보우크가 유력한 용의자"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은 "그는 지난달 러시아에 도착해 두기나와 같은 건물의 아파트를 임대한 뒤 한 달간 두기나에 대해 조사했으며 차량 폭발사고를 일으킨 후에는 러시아를 빠져나가 에스토니아로 도주했다"고 덧붙였다.

사망한 두기나는 푸틴 대통령의 정신적인 스승이자 러시아의 대표적인 극우 민족주의 사상가로 알려진 정치철학자 두긴의 딸로, 푸틴 대통령을 옹호하는 정치평론가로 활동해왔다. 두긴은 러시아 내에서 ‘푸틴의 철학자’라 불릴 정도로 푸틴 대통령의 주요 정치적 고문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러시아 우선주의’와 과거 러시아제국의 영광 회복을 위한 우크라이나 침공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인물로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에 있어 푸틴 대통령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있다.


푸틴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정치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의 모습.[이미지출처= AFP·연합뉴스]

푸틴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정치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의 모습.[이미지출처=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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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도 이날 두긴과 그의 가족들에게 보낸 조전을 통해 "비열하고 잔혹한 범죄로 진정한 러시아인의 성품을 지닌 재능있는 두기나의 삶이 마감됐다"며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이번 사건은 가뜩이나 24일 우크라이나의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선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24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6개월째되는 날이기도 하다.


영국 가디언은 "이미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 전후로 러시아가 공격 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 가운데 이번 두기나 사망 사건은 러시아가 대규모 공세에 나설 구실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사건과 자국간 연관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수석보좌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같은 범죄국가도 아니며 테러국가도 아니다"며 해당 사건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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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24일로 예정됐던 독립기념일 행사도 러시아의 공세 우려로 취소했다. CNN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영상메시지를 통해 "러시아가 이번주 추악하고 악랄한 일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을 모두 알아야 한다"며 "오늘부터 25일까지 대규모 공개행사와 집회 등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비밀요원이 도주한 곳으로 지목한 에스토니아 역시 자국에 불똥이 튈까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의 공식적인 정보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논평을 거부했다.


이번 사건을 명분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재차 대규모 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에 유엔도 이례적으로 러시아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다리야 두기나의 사망과 관한 모든 것을 더욱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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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러시아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소행이 아니라 러시아 내부의 반푸틴 세력에 의해 자행된 테러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인 일리야 포노마레프 전 하원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 내부 반정부 조직인 국가공화군(NRA)의 소행"이라며 "이는 러시아 내부에 만연한 푸틴주의에 대한 저항에 새로운 장을 연 사건이며,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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