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조금 타려면 희토류 의존도 해소해야
리튬·흑연 중국 수입 의존도 80~90% 육박

미 하원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미국산 부품을 쓴 전기차, 배터리만 정부 보조금을 지원 받는다. / 사진=송현도 아시아경제 인턴기자

미 하원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미국산 부품을 쓴 전기차, 배터리만 정부 보조금을 지원 받는다. / 사진=송현도 아시아경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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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8월 12일(현지 시각) 미 하원이 미국산 전기차 보조금, 기후변화 대응 방안 등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면서 국내 전기차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부품을 쓰지 않은 외국산 배터리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제품은 중국산 원자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IRA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와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된 전기차·배터리에 한해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일찍이 미국 현지 공장에 투자해 왔기 때문에 이 조항은 문제 될 게 없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지난 5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신공장, 배터리셀 조립 공장 등을 신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제조업체 또한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와 합작사를 세우고 약 13조 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현지 보급망을 통해 운영되므로 IRA에 명시된 보조금 지원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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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원자재다. IRA는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광물의 40%를 미국 또는 미국의 우방국에서 채울 것을 요구한다. 이 비율은 매년 10%씩 늘어나 최종적으로 80%가 된다. '우려 국가(Foreign Entity of Concern)'에서 추출·제조·재활용한 광물 비중이 높으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우려 국가는 통상, 외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 등을 겨냥한 표현으로 읽힌다.

배터리 핵심 소재 리튬·흑연 中 의존도 80~90% 육박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려면 다양한 광물이 필요하지만 수산화리튬과 흑연이 핵심 소재다. 가볍고 효율도 뛰어난 리튬은 배터리 소재로 적합하며, 흑연은 배터리 음극재를 만들 때 필요한 주원료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리튬과 흑연 모두 중국 의존도가 높다.


한국무역협회가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배터리 제작용 리튬의 중국산 수입 비율은 84.4%였다. 흑연은 그보다 높은 89.6%다. 국내 배터리 보급망의 중국 광물 의존도는 해마다 심화하고 있다. 리튬 의존도는 2018년 64.9%에서 지난해 83.8%로 18.9%포인트 상승했고, 같은 기간 흑연은 83.7%에서 87.5%로 3.8%포인트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90%에 육박한 상태다.


리튬의 경우 중국을 대체할 유력한 수입국은 칠레다. 칠레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에 소속된 유일한 남미 국가로 IRA 기준에도 부합한다. 정부는 지난해 칠레 에너지·광업부와 광물 보급망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가공된 흑연은 이온리튬 배터리의 음극재 제작에 쓰이는 주 원료다. / 사진=연합뉴스

가공된 흑연은 이온리튬 배터리의 음극재 제작에 쓰이는 주 원료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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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흑연 보급망 대체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흑연 총매장량 7100만 톤 중 77.5%(5500만 톤)가 중국에 있다. 중국은 풍부한 매장량을 앞세워 글로벌 흑연 수요의 71%를 공급한다. 또 단순 생산뿐 아니라 흑연을 산업용 원료로 가공하는 이차 산업까지 발달했다. 일례로 배터리 음극재를 만들 때 필요한 가공 흑연 공장 상당수가 중국에 있으며, 포스코케미칼 등 국내 기업들도 이런 공장에 상당한 지분을 투자해 왔다. 무리하게 흑연 수입의 탈(脫) 중국화를 시도하면 배터리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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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IRA 통과를 중국 중심의 광물 보급망에서 벗어날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전지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중국 원료를 수입하는 국내 산업 입장에서는 위험이 될 수 있다"라면서도 "언젠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법안 통과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흑연처럼 중국 내 매장량이 풍부하고 채굴 가격도 저렴한 곳은 대체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유럽, 다른 대륙 등 다양한 루트를 모색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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