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파산 면책자에 대한 채권 확정판결 받아도 강제집행 못 해"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파산 신청을 통해 면책결정을 받은 채무자에게 기존 채권으로 소송을 내 확정판결을 받더라도 강제집행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원래 강제집행 청구에 대한 청구이의는 사심실 변론종결 후에 발생한 사유로만 가능하지만, 기판력과 무관한 면책결정의 경우 소송 전 발생한 사유로도 강제집행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22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의 소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는 기판력이나 청구이의 소송에서 이의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A씨는 B씨의 부친이 2006년 제기한 대여금 청구소송에서 패소해 500만원과 그동안의 이자를 갚으라는 판결을 확정받았다.
하지판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A씨는 2011년 12월 파산에 따른 면책결정을 받았다. 면책결정은 채무 자체를 없애주거나 줄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채무자의 책임 범위를 제한해주는 것으로 채무자는 파산선고 당시에 있던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2014년 3월 B씨가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A씨에 대한 채권을 양수받았다고 주장하며 시효연장을 위해 A씨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소송을 냈다. A씨에게 소장 부본이 송달되지 않아 법원은 공시송달을 통해 소송을 진행했고 A씨가 재판에 참여하지 않은 채 2015년 1월 B씨의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그리고 이 같은 확정판결을 토대로 B씨가 강제집행을 하려고 하자 A씨는 B씨를 상대로 B씨의 부친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던 채권은 파산 결정에 따라 면책됐다며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앞서 1심과 2심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확정판결의 기판력 때문에 확정판결을 기초로 한 강제집행에 대해서는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 발생한 사유로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데, A씨가 내세운 면책결정은 B씨가 제기한 소송의 사실실 변론종결 전에 발생한 사유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먼저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면책의 효력)를 언급하며 "여기서 면책이란 채무 자체는 존속하지만 개인채무자에 대해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라는 과거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개인채무자에 대한 면책결정이 확정됐는데도 파산채권자가 제기한 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그 사실을 주장하지 않는 바람에 면책된 채무 이행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돼 확정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인채무자는 그 후 면책된 사실을 내세워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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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재판부는 "면책결정이 확정됐는데도 면책된 채무 이행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개인채무자가 확정판결에 관한 소송에서 단지 면책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청구이의의 소를 통해 면책된 채무에 관한 확정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미 면책결정을 통해 강제집행 위험에서 벗어난 개인채무자로 하여금 그 집행을 다시 수인하도록 하는 것은 면책제도의 취지에 반하고 확정된 면책결정의 효력을 잠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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