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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안전 위한 SOC 투자가 진정한 복지

최종수정 2022.08.18 08:59 기사입력 2022.08.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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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장대비와 천둥번개가 요란한 고속도로를 벗어나니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차량 행렬이 펼쳐진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동차 내비게이션 위로 집중 호우를 알리는 기상청 메시지가 수차례 겹쳐진다. 터널 입구는 물에 잠겨 있고, 비옷을 걸친 경찰관의 경광등이 깜빡인다.


방향을 틀어서 한참을 달려가니 딸이 기다리고 있는 학원 사거리가 앞에 보인다. 사거리만 지나면 되는데 갑자기 차량 운행이 멈춰버린다. 심지어 불법 유턴차량으로 도로는 아수라장이 된다. 빗줄기는 더 굵어져 앞이 보이지 않는다. 웬일인가 싶어 고개를 내밀어 보니 사거리 한복판에 시내버스 창문이 반쯤 물에 잠겨있다. 승용차 여러대가 물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사거리가 강물로 변해버린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불법 유턴 행렬에 동참하게 된다. 비교적 안전한 갓길에 차를 세운다. 사거리는 물에 잠긴 지 오래고, 많은 사람들이 강물이 되어 버린 도로 위를 아랑곳 않고 물살을 가르며 건넌다. 그들 행렬에 끼지 않을 수 없다. 바지에 물이 스며들어 속옷까지 축축해진다. 강물(?)은 점점 불어나 허리를 이미 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주위 광경을 휴대폰으로 찍고 있다. 사거리 바로 옆 경찰서 안의 경찰관들은 속수무책이다. 시민들이 물속을 헤쳐가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겨우 사거리를 헤엄쳐 빠져 나오자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집에 물도 안 나오고 정전이라 근처 호텔에서 자고 오는 게 좋겠다고 한다. 딸과 함께 겨우 도착한 곳은 만실이라고 한다. 인근 호텔 몇 곳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한다. 겨우 빈방이 있는 호텔 한 곳을 찾아 부랴부랴 도착하니 자정을 훌쩍 넘는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창밖을 내려다 보니 빗줄기가 잦아들고 있다.


2022년 8월 8일 오후부터 자정까지 필자의 실제 경험담이다. 대한민국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재난 영화 한편을 찍은 것만 같다. 다음 날 아침 뉴스에서는 맨홀 뚜껑에 빠진 남매가 실종됐고, 감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비극이다. 지난 밤 사거리를 건너다가 맨홀에 빠질 수도 있었겠다는 사실에 등골이 오싹했다.


지난 주 수도권 일대에 시간당 최고 14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인해 도로 차량 침수가 이어지고 수십명이 목숨을 잃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기후변화 위기로 인해 전세계가 폭염, 폭우, 폭설 등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 변화 피해가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나 행정 당국의 재난관리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하다. 언제까지 국민들은 반복적인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정부의 한해 예산은 600조원이 넘고, 서울시의 한해 예산은 40조원이 넘는다. 이러한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몇시간 동안 내린 비로 도시기능이 마비되어 버릴 정도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을 지경이다.


앞으로 기후변화 양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하루 속히 도시 및 건축 시설물에 대한 설계 기준의 재정비와 더불어 기존 시설물에 대한 예방적 재해 방지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으나 국민이 체감하는 복지 수준이 함께 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진정한 복지는 다수 시민의 불편을 해결하고 그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주는 것이 아닐까? 도시건축 분야 전문가들은 매해 발생하는 상습 침수구역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심도 배수터널 공사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럼에도 지난 정부에서는 환경단체의 반대와 토목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관련 예산을 과도하게 삭감시켰다. 무엇이 진정한 복지일까?


다음 날 라디오에서 들은 어느 수재민의 인터뷰가 귓가에 맴돈다. "물이 안 나와 생활이 너무 불편합니다. 사람의 기본은 먹고 싸는 일 아닙니까?" 먹고 싸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진정한 복지가 아닐까 한다.


차희성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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