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 8월 규탄 예고…개미 VS 외국인·기관 싸워라 "정부의 공매도 손질"
개인투자자 요구안 '기관·외국인 담보비율, 상환기간 규제' 묵살 비난
금융당국 "개인에 공매도 기회 제공"…개인 "예방·보호책 부족 불만"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개인 공매도 담보비율을 인하하는 것은 오히려 '빚투'를 권장하고, 공매도만 부추기게 돼 피해가 확산될 수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개혁이 아닌 개악입니다."
개인투자자 5만1000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를 이끄는 정의정 대표는 금융당국의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 방안' 발표에 대해 이같이 거세게 비난했다. 그는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28일 나온 대책은 개인투자자들이 그동안 요구해온 개선 방안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은 혹세무민의 낙제점 대책"이라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담보비율 조정과 공매도 의무상환 기간 조정을 요구해왔다. 공매도를 국내 지수의 저평가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하면서 금지를 하지 못하면 최소한 외국인·기관에만 유리한 제도로 개인이 손해를 보지 못하게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 달라고 호소해 왔다. 그러나 문제는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방법에서 개인과 금융당국의 의견이 갈렸다.
개인투자자들은 개인의 담보비율을 낮추는 게 아니라 외국인·기관의 담보비율을 높여 무분별한 공매도를 막아달라고 요구해 왔다. 더불어 사실상 무제한인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상환 기간을 개인 수준(90일)으로 제한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오히려 4분기부터 개인의 공매도 담보비율을 현행 140%에서 120%로 인하해 외국인·기관(105%)과의 격차를 줄이기로 했다.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무제한 상환 기간 제한은 "국제관례상 어렵다"는 이유로 아예 거부했다.
당국의 제도 개선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부분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규제를 외국인·기관만큼 풀어줄 게 아니라 반대로 외국인·기관에 대한 규제를 개인처럼 강화해야 한다는 것. 김상봉 한성대 교수 역시 "개인 규제를 풀어봤자 정보·자본력에 있어서 개미들은 외국인·기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 대표가 강조하는 것 역시 이 부분이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접근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유치원생이 프로선수와 싸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개인투자자는 "금융당국이 개인의 공매도 문턱을 낮춰, 공매도 기회를 늘려 기울어진 운동장을 잡겠다는 취지인데, 공매도를 잘 아는 투자자들이 얼마나 되겠냐"면서 "공매도로 활개 치는 세력을 막아달라는데, 정부는 외국인 공매도 세력을 건드릴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정 대표는 "개인 담보비율을 낮추는 식으로 정책을 가져가면 오히려 빚내서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어 위험하고, 공매도가 활성화될 수 있어 피해는 커지게 된다"면서 기관과 외국인에 대한 공매도 규제를 강화해야 국민 재산이 공매도 세력에 이전되는 걸 막을 수 있는데, 이번 정책은 보호·예방보다 제재·처벌 중심에 방점이 찍혀 사후약방문격 성격이 강해 시장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투연은 8월1일 오전 11시10분부터 13시10분까지 금융위원회 앞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집회는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성난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투연이 금융감독원에 정보공개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이 국민주 삼성전자에 2552만주에 달하는 규정위반 공매도를 실행했다는 사실에 개인투자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민심을 더욱 자극한 것은 증권사를 관리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이 내린 솜방망이 처벌이다.
한국투자증권 사태에서 문제가 된 공매도 규모는 5조9504원에 달했는데 과태료는 10억원에 불과했다. 그마저 20%가 감경돼 실제 납부액은 8억원으로 줄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차입을 통한 공매도로 불법이 아니며, 공매도 표시를 누락한 단순 과실"이라고 해명하기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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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SA증권 6억원, 메리츠증권 1억9500만원, 신한금융투자 7200만원, KB증권 1200만원 등 국내외 증권사들도 줄줄이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은 증권사들의 '실수'에 고의가 있다고 본다. 한 개인투자자는 "과태료로 일관하는 모습은 봐주기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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