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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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의 재판에서 나온 탈북자의 비공개 증언을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전직 간부들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28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과 이태희 전 대공수사국장, 하경준 전 대변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모두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정원직원법 제17조 1항의 ‘직무상 알게 된 비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1심 재판에 불복해 직접 항소하지 않고, 검사만 항소한 피고인에 대해서도 2심 재판부가 1심 유죄 판결을 파기한 것과 관련 "형사소송법 제364조의2의 규정 내용과, 공동피고인 상호간의 재판의 공평을 도모하려는 입법목적 및 취지를 고려하면, 위 조항에서 정한 ‘항소한 공동피고인’은 제1심의 공동피고인으로서 자신이 항소한 경우는 물론 그에 대해 검사만 항소한 경우까지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원심이 나머지 피고와 파기 이유가 공통된다는 이유로 검사만 항소한 피고인에 대한 부분도 함께 파기해 판단한 것은 적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형사소송법 제364조의2(공동피고인을 위한 파기)는 '피고인을 위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에 파기의 이유가 항소한 공동피고인에게 공통되는 때에는 그 공동피고인에게 대하여도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탈북한 유씨가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며 국내 탈북자들의 정보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넘겨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됐다가 2014년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사건이다.


검찰은 당시 서 전 차장 등이 국정원의 증거 조작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유씨의 재판에서 나온 탈북자 A씨의 비공개 증언과 A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를 언론에 흘린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A씨의 비공개 증언이 북한에 유출됐는데, 유씨가 이를 북한에 넘긴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국정원 직원들이 공모했다고 본 것.


앞서 1심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서 전 차장에게 징역 1년, 이 전 국장과 하 전 대변인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서 전 차장이 누설행위를 지시했다고 전해 들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에 증거능력이 없고, A씨의 증언과 탄원서를 국정원직원법상 '비밀'로 보기도 어렵다며 이들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서 전 차장이 누설행위를 지시했다고 전해 들었다'는 취지의 관련자들의 진술은 모두 전문증거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서 전 차장의 지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또 재판부는 검찰이 문제 삼은 비공개 법정증언 등을 국정원직원법 제17조 1항의 '직무상 알게 된 비밀'로 볼 수 없다고 봤다.


해당 조항의 '비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서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요건을 갖춰야 하고, 국정원직원법 제17조 1항의 비밀엄수 의무 위반을 처벌하는 것은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밀의 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종래 대법원의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A의 비공개 법정증언 등은 그것이 누설되더라도 국가의 기능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고, A의 탄원서 내용 또한 그것이 유출되더라도 국가적 법익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비공개 증언이 유출됨으로써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될 우려는 최초 유출 시에 이미 발생한 것이고, 재판에 대한 신뢰가 국정원 직원의 비밀엄수의무에 의해 보호되는 법익에 포함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이 사건 비공개 법정증언 등은 국정원직원법 제17조 1항의 ‘직무상 알게 된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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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도 이 같은 2심 재판부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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