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딸깍발이] 이성에게 읽히는 글에는 OO가 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여성에게 축구 이야기를 해보라. 열에 아홉은 낯빛이 어두워질 것이다. 군대 이야기도 마찬가지. 최악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다. 심성이 어지간히 고운 여자 아니고서는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기 어렵다. 왜냐고. 공감하기 어려우니까. 김혼비 작가처럼 축구를 좋아하는 여성이 없지 않지 않고, 여군이 늘어나는 추세라지만 아직까지 여성 다수가 군대에서 축구해본 경험이 없다. 공감할 수 없으니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건 당연지사. 다만 마법의 조미료가 있으니 바로 ‘유머’다.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북바이북)의 저자 편성준은 “평범한 소재라도 살짝 비틀어서 유머나 위트를 넣을 수 있다면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 어떻게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저자는 “먼저 재밌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마음처럼 되냐고? 저자는 예상했다는 듯 “아무리 돌려 말하고 도망을 쳐서 결국 ‘그래서 유머와 위트가 있는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 건데요?’라는 물음으로 되돌아갈 게 뻔하다”고 독자에게 되묻는다. 이는 영화감독에게 ‘명작을 어떻게 만듭니까’, ‘영화란 무엇입니까’를 묻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차근차근’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유머와 위트 있는 글은 어떤 건지, 나(저자)는 어떻게 썼는지, 또 다른 작가들은 어떤 재밌는 글을 쓰고 있는지 살펴보는 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의 개그코드를 소개하자면 이런 식이다. 어느 할아버지가 재밌는 삼행시를 들었다. (원숭이) 원: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두: 두 쪽 다 빨개. 막: 막 빨개. 유머를 써먹고 싶었던 할아버지는 손자를 불러 말했다. 원: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숭: 숭하게 빨개. 이: 이게 아닌데.... 어떤가. 실망했는가. 안심하라 “이건 그냥 허무 개그일 뿐 내(저자)가 생각하는 ‘유머와 위트 있는 글쓰기’”가 아니다.


저자는 진짜 위트와 재미있는 글은 ‘페이소스(슬픔)’를 내포한 내용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양다리를 걸치다 결국 자신을 떠나간 여성을 생각하며 “그녀가 떠났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년이 떠났다고 생각하자.” 저자는 젠더감수성이 떨어질 때 쓴 글이라면서도 “슬픔과 열등감 속에서 피어난 유머가 나를 위로해줬다”고 고백한다.

이런 일화도 있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일감이 줄어들자 SNS에 글을 올렸다. 제목은 ‘실력 있는 카피라이터가 놀고 있습니다.’ 내용은 “밥은 많이 먹지만 카피는 잘 씁니다/술을 많이 마시지만 카피는 잘 씁니다/나이는 좀 있지만 카피는 잘 씁니다.” 어떻게 됐냐고? 새로운 일과 새로운 직업을 얻게 됐다. 단순하게 느낄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런 유머에 ‘좋아요’를 누르며 호응했다. 그리고 최선의 결과를 기대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저자는 ‘절박함’이 중요하다며 노름빚에 쫓기다가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인류 유산을 탄생시킨 도스토옙스키에 자신을 비견했다.


글쓰기를 난감해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일단 아무거나 쓰라고 조언한다. 대신 아무렇게나는 말고. 아무 책이나 펴서(없으면 옆집에서 빌려서) 아무 문장을 종이에 적고 느낌을 적어보기 시작하면 “자기 삶의 해석권을 가져올 수 있다”(은유 작가의 말 인용)고 조언한다.

[남산 딸깍발이] 이성에게 읽히는 글에는 OO가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


UX글쓰기도 강조한다. 사용설명서에 비유하자면 고객이 제품을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건조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것. LG전자의 광고 카피로 예를 들면 이렇다.

-광고 카피: ‘소리로의 집중, 소음으로부터의 탈출’

-테크니컬 라이팅: 주변 소리 듣기 On 또는 Off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UX라이팅: ‘이어버드를 길게 누르면 주변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AD

어떠한가. UX라이팅이 와 닿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구매해서) 집어 들어보라. (정말 많이는 아니고) 살짝 웃기는, 잘 쓴 글 쓰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